부시 “고르비와 긴밀협조” 강조/미의 발트3국 승인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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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서 독립허용하자 바로 발표
소련 발트해 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등 3개 공화국의 독립은 지지하나 여러가지 현실적 문제 때문에 인정을 일시 유보한다는 입장을 보이던 미국이 2일 이들과의 외교관계 수립과 상주공관 개설 결정을 발표했다.
미국이 밖으로 내세웠던 유보 이유는 독립할 경우 국경문제 등이 해결이 안됐고 이들 공화국내에 소 연방군이 주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이 스스로 영토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 등이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 연방군이 모두 철수하는 등 독립을 인정하는데 필수적인 조건들이 갖추어졌음을 언급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결정을 지금까지 끌어온데는 다른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
미국이 모스크바에 앞서 먼저 발트해3국의 독립을 인정할 경우 연방 대통령으로서 고르바초프가 받을 타격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대통령의 독립인정 발표가 고르바초프가 인민대의원 대회에서 3국에 대한 독립허용 의사를 표명한후 하루만에 뒤따른 점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이를 놓고 부시와 고르바초프는 두세차례 전화로 긴밀히 협의했음을 부시 대통령 자신이 털어놓고 있다.
독립인정을 늦춘 또 다른 이유는 핵무기 통제 등의 어려움 때문에 소 연방의 개별공화국으로 해체되는 것을 원치않고 있는 미국은 소 연방의 결정에 앞서 먼저 독립을 인정할 경우 다른 공화국에도 비슷한 선례가 될까 두려워했다.
미국이 소 연방정부에 앞서 독립을 승인해 다른 공화국이 이 과정을 잇따라 밟게될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련의 10개공화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새 연방개혁안에 합의한 이후의 시점에 미국이 발트해3국의 독립을 인정한 것도 연방의 결속을 고려한 조치다.
부시 대통령은 다른 공화국까지 독립의 여파가 미칠 것을 우려해 『발트해 3국의 상황은 다른공화국과 전혀 다르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소련이 연방으로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후에 발트해3국은 예외적인 조치로 독립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워싱턴=문창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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