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주)한국비전 신미경|국내최초의 여성 광고 PD|총 5백여편 제작‥‥묵화기법 도입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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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30초에 승부를 걸며 불같은 정열로 온 몸을 사르며 사는 여성」. 바로 방송광고(CF)감독 신미경씨(32·㈜한국비전근무)의 모습이다.
79년 지금은 없어진 충무로 프러덕션인 대광기획에서 조감독으로 출발, 국내 광고계의 첫 여성 프러듀서로 「화려한 출발」을 한 신씨는 광고계에 만연돼 있는 성에 대한 편견을 「억척」으로 이겨내고 84년 해태제과의 빙고 아이스바 CF로 감독에 데뷔했다.
『광고는 누구 한사람의 작품이 아닙니다. 여럿이 협력해서 만드는 공동작품이죠. 광고주가 광고제작을 의뢰한 다음부터 전파를 타고 브라운관에 등장할 때까지 관여하는 스대프들만도 족히 1백명이 되니까요』그는 감독이란 바로 작품제작에 따르는 시간·돈·사람을 관리하는, 즉 「전체적인 작품관리자」라고 표현한다. CF 제작과정은 크게 나누어 10단계.
광고주의 의뢰를 받고①광고 대상 제품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거친후②기획(AE)·카피리이터·감독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광고의 방향을 설정하는 마키팅 전략을·세운다. ③광고방향을 표현해내는 표현 컨셉을 만들어 내는데 여기서 각자의 숨은 재능이 한껏 발휘돼 갖가지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온다. ④다음이 제작준비·모델선정·음악 제작등을 거쳐 ⑤CF 촬영에 들어간다음⑥필름을 편집하고 ⑦더빙(녹음)에 들어간다. ⑧작품이 만들어지면 시사회를 갖는데, 이때 광고주가 이견을 내놓으면 수정·재수정을 거쳐 ⑩마지막 완성(OK)을 보게되는 것이다.
조감독시절을 포함, 지금까지 그가 제작한 광고만도 줄잡아 5백여편. 그자신 말대로『1백원짜리 껌에서부터 7백억원이 넘는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안해 본 것이 없을 정도』다.
『영화나 드라마를 만드는것보다 팡고가 훨씬 더 어렵다고 느껴요.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아 제작자나 PD 의도대로 다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태반이죠.』
그는 광고주의 의도와 입김이 60%이상 작용하는「절대적 영향력」외에도 「제품판매」라는 상업성 때문에 소비자를 인식해야만 하는데다「광고」라는 성격때문에 방송광고심의위원회등 사회적 제약도 무척 까다로워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어낸 작품에 대한 반향이 전파를 타는 순간부터 소비자의 구매라는 직접적 행위로 나타나기 때문에 성취감이란 말할수 없이 크다고. 그래서 그는 『어떤 직업도 부럽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87년 제작한 피어리스 마스터즈로 한국방송광고대상 작품상을 수상한데 이어 90년 아시아나항공으로 또다시 서비스부문 작품상을 수상, 감독으로서 입지를 확고기 다졌다.
특히 그는 묵화기법을 국내 최초로 광고에 도입하여 색동날개를 부상시켰던 아시아나항공 광고가 20여년간 독주해온 대한항공을 이미지면에서 압도(리스PR조사)한 것을 무척 자랑스러워 한다.
한달이면 열흘이상 밤을 하얗게 밝혀야 하고, 해외 로케등 잦은 출장으로 여름휴가조차 제대로 갈수 없을 정도로 일에 쫓기면서도 「여성감독제1호」에 대한 사명감으로 살아왔다는 신씨.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단 두명의 여성감독을 위시, CF 여성PD가 채 열손가락을 넘지 못하고 있음을 무척 안타까워 한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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