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 이뤄진 향학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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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고아처럼 자라면서 가정부와 여공등을 전전하는등 갖은 역경속에 살아온 올해 28세의 구명자씨 (여·서울면목5동)가 28일 서울시 교육청이 발표한 91년 제2회 고입검정고시에서 9백점만점에 8백96점을 얻어 수석합격했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은 후 알콜중독환자였던 아버지에 의해 경남 진주근교 절에 맡겨져 허드렛일을 하면서 국민학교만을 수학한 구씨는 17년만인 지난해 2월 서울신설동 고려학원에 등록한 뒤 피나는 노력끝에 이같은 결실을 얻어낸 것.
2남2녀의 막내로 언니·오빠들조차 모두 뿔뿔이 절에 맡겨져 헤어져 살았었다고 전하는 구씨는 몸이 매우 허약해 지난5일 검정고시 당일에도 병원에서 후두에 생긴 종양4개를 떼어내고 말도 못하는 상태에서 시험을 치렀는데 과학문제 1문제만 틀렸다는것.
현재 스님인 언니가 매월 보내주는 25만원으로 사글셋방에서 살고있는 구씨는 내년에 대입검정고시에 도전할 계획인데 『사정이 허락하면 대학에서 사회사업관련학과를 전공,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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