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60%가 “가혹행위 불가피”/6백17명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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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범인검거 수단·방법 안가린다” 28%/40%는 “수사청탁 들어줄수 있어”
수사경찰관의 절반이상이 수사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가혹행위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고소·고발인으로부터 수사 사례비를 받거나 청탁을 들어줄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흉악범에 대해서는 절대다수가 법률상 보장된 권리마저 고려해줄 가치가 없다는 태도를 갖는 등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인권 유린가능성을 엿보였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 형사정책연구원 조병인 연구주임(38)이 전국 26개 경찰서 수사부서의 경사급이하 수사형사 6백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법경찰의 수사태도에 관한 연구」란 동국대법대 박사학위 논문에서 밝혀졌다.
◇수사과정=「흉악범에 대해 어느 정도의 고통을 가해도 된다」는 입장에 응답자의 59.7%가 동의한 반면 「절대로 안된다」는 4.2%에 불과했다.
심증이 가는 용의자가 순순히 자백하지 않을 경우 고통을 가할 수 있다는 응답도 41.1%나 됐다.
범인검거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입장도 28%나 됐고 함정수사·투망수사의 정당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각각 54%,88%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또 40%가 「수사도중 경우에 따라 청탁을 들어줄 수 있다」고 응답한 반면 「절대로 들어주지 않는다」는 극소수(3%)에 불과했다.
특히 고소·고발인의 수사 사례비에 대해 절반 이상(50.2%)이 「받을 수 있다」고 응답,금품수수등 수사 비리가 상당히 만연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형사피의자를 취급하면서 헌법상 무죄 추정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는 주장에 3분의2 정도(66%)가 동의했으며 74%는 흉악범은 법률상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권 독립=63%가 검찰이 수사형사의 애로사항을 고려하지 않고 수사지휘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절반가량(51%)는 검사에게 지휘품신하는 과정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이같은 현상은 젊고 학력이 높을수록 더욱 두드러졌고 경찰의 수사권독립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경찰의 범죄예방효과에 대해서는 대부분(88%)이 긍정적이었으나 31%는 교도소의 교정노력에 회의를 표시했고 17%는 구제불능의 타고난 범죄자가 있다고 확신했다.
◇신분=시민들의 형사신분 평가에 대해선 부정적(33%)인 견해가 긍정적인 입장(11%)보다 3배 가량 높았다.
또 시민들이 경찰수사를 불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쪽(30%)이 신뢰하는 쪽(24%)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형사의 배우자들 중 13%만이 수사형사의 신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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