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공산당들 살아남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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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공산당서기장 사임으로 세계공산주의의 맹주인 소련공산당이 사실상 몰락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과거 소련공산당의 아들들이었던 서구공산당들이 그들의 존립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지난 10일 소련공산당 보수파들의 쿠데타 기도가 있은후 쿠데타 세력을 가장 강력히 규탄한 것은 의외로 서구공산당들이었다.
분석가들은 서구공산당들의 이같은 행동을 과거 소련공산당의 하부조직에 불과했던 서구공산당들이 현대 민주사회의 자격있는 일원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노력이라고 풀이하고있다.
좌익민주당으로 개명한 이탈리아 공산당의 경우 조지 부시미대통령의 소련쿠데타 규탄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지지했던지 로마주재 미국대사관은 특별한 감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좌익당」으로 개명한 스웨덴공산당들도 소련강경파들의 쿠데타 기도를 규탄하면서 『우리는 과거에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우리는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쿠데타는 유럽 공산당내 강경파들마저 분열시켰다. 이들은 지난 68년 소련군 체코침공과 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사건 때도 소련을 지지함으로써 적극적인 충성을 표시했다.
서구 국가내 공산당들은 대부분 영향력을 상실, 군소정당으로 전락했으나 이탈리아·스페인· 포르투갈·프랑스·그리스등에서는 아직도 깊은 뿌리를 유지하고있다..
이번 소련사대에 관한 서구공산당들의 반응은 이들이 소련공산당노선에 대한 충성을 청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볼로냐대 안젤로 파네비앙코교수(정치학)는 이탈리아 공산당이 최근 수년간 자신들의 개혁을 정당화하기 위해 「고르비신화」를 이용해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탈리아공산당은 고르바초프에 대한 공격을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했다고 파네비앙코 교수는 말했다.
핀란드의 좌익동맹 역시 쿠데타를 비난하면서 정부에 대해 러시아공화국과 보리스 옐친대통령을 지지하라고 촉구했다.
스페인과 영국공산당들도 즉각 소련의 쿠데타를 비난했다.
친소 강경노선의 프랑스 공산당마저도 고르바초프의 축출을 「수락할수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으며 당내 개혁파들은 쿠데타를 용인할수 없다고 공격했다.
그리스 공산당은 처음 이쿠데타를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했다가 당내 반란을 자초, 자중지란에 빠졌다.
포르투갈 공산당 지도부는 당초 쿠데타를 지지했으나 당내개혁파들은 이 사건과 관련, 지도층의 개편을 요구하고있다.
앞으로 대부분 서구공산당들은 살아남기위해 소련공산당과 결별하는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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