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대통령 조기 선거/고르비 출마포기 가능성/최고회의 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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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방」 되면 공화국 독립 허용/시장경제 가속·군 대수술 예고/고르비 연설내용/군은 연방관할하에 유지/KGB 국경수비권 이관/각 공화국 경제정책 결정/공산체제 청산 경제개혁/사유재산제 도입등 확대
【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26일 쿠데타로 지연된 신연방조약 체결이 마무리 되는대로 연방대통령과 인민대의원대회 대의원 및 모든 정부조직의 조기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고르바초프는 이날 연방최고회의(상설회의) 연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신연방조약이 체결되면 탈소 독립을 바라는 각 공화국들과 독립문제에 관한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발트해 국가 독립의 길이 열렸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발트3국을 포함,신연방조약을 조인하지 않는 공화국들은 독립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하고,따라서 분리독립이전에 5년간의 교섭절차를 거쳐야 하도록 돼 있는 현행 헌법 규정은 폐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관계기사 2,3,4,5,12,15면>
그러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공화국 최고회의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소연방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주권공화국」 연합의 창설을 제의했고 이미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있는 공화국들의 숫자가 늘고 있어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제시한 신연방조약에 이은 연방정부조직의 조기선거라는 정치일정이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연방대통령 선거에의 재출마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는데 관측통들은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쿠데타직후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에게 세력관계에서 계속 밀려왔다는 점으로 볼 때 연방대통령직에 출마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은 옐친 러시아공 대통령이 연방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선거실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신연방조약안의 체결도 일정이 잡히지 않았고 상당기간 보류될 것으로 보여 그의 선거실시 발언은 모호한 면을 내포하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파의 쿠데타 실패후 처음으로 열린 연방최고회의에 출석,TV로 중계되는 가운데 행한 약35분동안의 연설에서 『쿠데타를 막지못한 무거운 책임이 나에게도 있다』고 시인하면서 국가에 정면 도전한 연방정부와 군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가해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국가보안위원회(KGB)가 「반헌법적 목적에 이용될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KGB의 개편과 KGB의 국경수비대 통제권을 국방부로 이관할 것을 촉구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쿠데타가 진정됨에 따라 새로운 경제정책을 모색해야할 시점에 이르렀다면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장애가 되는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고 필요한 시장기구의 창설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제 경제정책 결정의 중심도 연방정부에서 공화국으로 이관돼야 한다』면서 공화국간 경제위원회의 설립을 촉구하는 한편 통화공급의 통제와 예산적자 축소를 위한 조치와 토지개혁이 시급히 필요함을 역설했다.
최고회의는 이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연설에 앞서 대통령선출·헌법개정·최고회의 의장선출 권한을 가진 인민대표대회를 다음달 2일 열어 쿠데타세력에 대한 조사 및 처벌과 앞으로 정국방향에 관한 주요정책을 결정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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