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냐”“활용이냐”결정도 못한채 폐허로 변한 잼버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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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환경영향평가도 없이 조성/70만평 쓰레기널린 황토로/관계부처간 용도싸고 이견만
【고성=이규연·유광종기자】 세계잼버리개최로 자연·생태계의 극심한 피해를 본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 일대 대평원이 관계당국간의 의견마찰로 「복구냐,활용이냐」의 원칙조차 세워지지 않은채 쓰레기가 뒤덮인 「잔치뒤의 폐허」로 방치돼 있다.
특히 엄청난 행사규모에도 불구,사전 환경영향평가조차 없이 대회가 치러진 일대에는 땅을 소유한 대기업들이 일제히 콘도·골프장 등의 건설을 추진,남한유일의 원시대평원은 자칫 회생불능의 위락단지로 전락할 위기다.
이에 대해 신평2리등 지역주민들은 대회장 조성으로 야산과 계곡·방풍림이 마구 훼손돼 심각한 풍수해를 겪게됐다며 집단반발을 하고 있으며 환경전문가·단체 등의 원상회복요구도 잇따라 이른바 「잼버리후유증」은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훼손=2백50만평의 신평벌중 야영장(62만평),임시 채석·채토장 등으로 쓰인 70여만평과 인근계곡의 녹색 원시림과 초원은 흔적도 없이 캠프조성을 위해 깔아놓은 시뻘건 황토와 각종 골조·시설의 잔해,참가자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등으로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고성군측은 대회폐막 1주일이 지난 25일까지 가건물·공중전화부스등 주요시설물만 철거중이며 인력과 장비부족으로 청소는 엄두도 못내 태풍등으로 날린 각종 비닐·휴지등 쓰레리가 부근 산림까지 뒤덮고 있다.
채토를 한 부근 1만3천평의 야산과 조경용 돌을 채취한 화암사계곡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마구 파헤쳐져 흉칙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산사태등 재해위험까지 우려되고 있는 실정.
◇당국마찰=환경처는 야영장 62만평중 군유지 8만평과 모험시설장 15만평등 23만평은 야영장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39만평은 원상을 회복,개발을 규제해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
이를위해 내무부·교통부등에 개발규제를 위한 협조요청을 해놓고 있다.
그러나 체육청소년부는 야영장부지 62만평을 모두 청소년야영수련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문제점=신평리일대는 설악산 생태계보전구역밖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환경영향평가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는등 현행 환경관련법상 규제규정이 전혀 없다.
또 대회장조성으로 대부분 사유지인 일대의 개발제한이 사실상 풀리게돼 화암사계곡 상류에 이미 2만평규모의 콘도를 건설한 삼립개발은 내년초 4만여평 규모의 콘도 2개도 추가로 건설할 예정.
삼립측은 이밖에도 17만평규모의 골프장건설 계획을 추진중인데 골프장건설계획이 여론에 밀려 무산될경우 추가로 콘도를 건설,이 일대를 종합휴양지로 개발한다는 입장이며 나머지 땅소유 기업들도 콘도건설 등을 추진할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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