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계기 소 전문가 부족 절감"|KOTRA 특수지역담당 홍지선 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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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 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련관계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KOTRA (대한무역진흥공사)의 특수지역담당 홍지선 부장(45)은 지난 19일 소련의 쿠데타 발생에서 21일의 대반전에 이르는 기간중 정부도, 기업도 지나치게 당황했던 것을 뼈저린 체험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태가 발생하자 국내 은행들은 즉각 우리의 수출에 대한 소련 측의 어음 인수를 거부했고 기업들은 수출상품 선적을 중단했다』면서 『이것은 일본이나 미국·유럽의 기업들이 정상적인 거래와 수출준비를 하며 차분하게 대응해 온 것과 크게 대조된다』고 말했다.
홍부장은 『현재 우리의 기업들은 소련에 진출한다고 앞다투어 경쟁하는 현실에 걸맞지 않게 소련관계 전문가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소련학을 구축해 나갈 필요가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소련의 어느 지역에 아파트를 짓는 공사를 해야할 경우 채산성을 따지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지역의 지질, 지진대 여부, 주민들의 성분과 민족성, 관료들의 비효율적인 업무방식 등 근본적인 사실들을 알아야 하는데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소련학적 지식 없이 접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이번 사태로 보수파가 대부분 제거된 만큼 소련의 경제정책은 더욱 개방적으로 나아가고 우리 기업들의 진출도 더욱 활발해질 것은 틀림없으나 70년동안 유지돼온 소련의 폐쇄적·중앙집권적·관료주의적 체제의 비효율성이 쉽게 고쳐지리라 기대한다면 허다한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소련은 대외지불능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 정상적인 무역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외화도 제대로 가지지 못한데다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이 여전히 온전해 자본주의 국가와 무역이나 합작투자를 하는데 숱한 마찰을 빚고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소련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업의 소련진출 속도는 소련이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점에서 너무 빠른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정확한 정보 없이 무작정 뛰어드는 것이 문제지 정부에서 사전에 과당경쟁으로 규정,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73년 KOTRA에 입사, 특수지역 담당 과장을 거쳐 만 3년이 넘도록 소련·중국 등을 담당하는 특수지역 담당부장을 맡고 있는 그는 중소 경제협력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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