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 무모한 도전? 3,000,000$ 메츠, 안전한 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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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뉴요커'가 된 박찬호(34.뉴욕 메츠 투수)가 올 시즌에 연봉 3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을까.

옵션 계약에 따르면 박찬호는 199이닝 이상 던져야 최대 연봉 300만 달러(약 28억원)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등판 일지를 보면 이게 쉽지 않게 돼 있다.

<표 참조>

박찬호가 1994년 메이저리그에 뛰어든 이래 14시즌 동안 200이닝 이상을 넘게 던진 건 단 세 번이다. 전성기라고 할 수 있었던 98년과 2000년, 2001년이다.

14시즌을 평균해 보면 매 시즌 124.7이닝을 던진 꼴이다. 이런 활약이라면 올해 박찬호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달랑 기본 연봉인 60만 달러 정도다. 129이닝부터 25만 달러씩 늘어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가 박찬호와 맺은 계약을 놓고 '위험 부담이 적은 도박'(Low risk gamble)'이라고 평한 이유를 알 만하다.

하지만 박찬호에게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최근 2년 성적은 완만하지만 상승 곡선이다.

박찬호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2005년에는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성적을 포함해 155와 3분의 1이닝을 던졌다. 또 지난해에는 136.2이닝을 소화했다. 지난해 박찬호는 3월부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참가해 좋은 투구를 했고, 장 출혈 증세로 마지막 두 달을 뛰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투구 이닝 수에서 평균치를 웃돈다. 어림잡아 170이닝쯤 던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럴 경우 185만 달러는 받을 수 있다.

박찬호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팀 전력이다. 메츠는 박찬호가 최근 뛰었던 텍사스 레인저스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보다 타력이 강한 팀이다. 특히 호세 레이에스-폴 로두카로 이어지는 1~2번은 정교함을 갖춘 3할 타자들이고, '클린업 트리오'인 카를로스 벨트란-카를로스 델가도-데이비드 라이트는 지난 시즌에 무려 105개의 홈런을 때렸다. 외야 수비도 탄탄하다. 미국 ESPN은 10일 발표한 올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전력 분석에서 메츠를 외야 부문 4위로 평가했다. 모제스 알루(좌익수), 카를로스 벨트란(중견수), 숀 그린(우익수)이 외야를 담당하고 있다. 투수진의 역할 분담이 확실한 메이저리그에서 리드하고 있는 선발투수는 실점을 어느 정도 해도 교체하지 않는다. 박찬호로서는 강력한 메츠 야수진이 '믿는 구석'이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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