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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바다 부산 3천여 공장 침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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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하룻사이에 쏟아진 4백∼6백90mm의 집중호우로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지방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시민들은 하늘이 무너진 듯 퍼붓는 폭우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느라 곤욕을 치렀고 곳곳에서 빚어진 산사태·하천범람·침수로 인명피해가 속출하는 등 물난리를 겪었다.
24일 오전11시 현재 본사 취재망을 통해 집계된 전국의 피해상황은 △사망·실종 95명, 부상 81명 △이재민 3만여 명 △가옥침수 6천여 채 △농경지피해 2만6천여ha △도로 및 철도파손 30여 개소 △공단의 조업중단 3천여 업체 △원자력 발전소 피해 1개소 △부산·울산·경주 등 도시의 일부 기능 마비 등이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23일 오후 육지에 올라온 태풍의 위력이 급격히 약화되자 일제히 복구작업에 나섰다.
【부산=조경희 기자】 23일 오후 5시30분쯤 부산시 전포4동 산20의1 화신아파트 신축공사장 뒤쪽 야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민가 4채를 덮쳐 최현숙 양(20) 등 8명이 숨지고 12명이 구조됐으나 24일 오전까지 이복엽 씨(38·여) 등 4명이 매몰돼 있다.
오후2시쯤에는 온천3동 170 제2만덕터널옆 야산에서 무너져내린 흙더미가 고미향 씨(38·여)집을 덮쳐 고씨와 아들 남철(6)·진한(2) 군 등 일가족3명이 매몰돼 숨졌다.
부산에서는 산사태로 가옥 32채가 파손됐으며 명지동 낙동강제방 1백m가 유실돼 논 5천3백73ha·밭 1천98ha가 침수됐다.
또 사상·신평·장림 공단 3천여 공장이 침수돼 창고에 쌓아둔 제품·기계가 못스게 되는 등의 피해를 냈다.
【울산=김동배 기자】23일 오후 울산시 삼산·반포·지음동 등이 침수돼 2천4백97가구 8천1백여명의 주민들이 대피중이다. 현대중공업은 교통두절로 대부분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못해 조업을 중단했으며 현대자동차도 회사진입로 일대가 침수, 23일 야간조업을 중단했다.
23일 오전8시40분쯤 냉각수취수구에 바닷물이 밀려들어 가동이 중단됐던 고리원전4호기는 24일 낮부터 재가동됐다. 교통이 두절됐던 울산·부산·경주행 고속·시외버스 등도 24일 오전부터 정상운행되고 있으며 산사태로 막혔던 경남 양산군 통도사 인근 경부고속도로도 7시간만에 재개통됐다.
침목이 내려앉아 열차운행이 중단된 동해남부선은 27일게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
【창원=허상천 기자】23일 오후 2시10분쯤 경남충무시 북신동 대일아파트 뒤편 높이 4m·길이 10m의 옹벽이 무너져 흙더미가 B동 103호 임재윤 씨(43) 집 등 3가구를 덮쳐 임씨의 장남 상수군(13)등 3명이 숨지고 강성순씨(41·여)등 3명이 다쳤다.
오전 11시쯤에는 울산시 지음동 산55 박옥매씨(31·여)집 축대가 무너져 박씨와 딸 이보배양(5)이 흙더미에 깔려 숨지고 오전8시쯤엔 경남 양산군 태상면 삼호리 주남마을앞 다리를 건너던 김연화 씨(31·여)등 3명이 실종됐다.
【대구=김영수 기자】23일 오후 8시30분쯤 경북 영일군 흥해읍 죽천2리 김도출 씨(66)집 뒷산이 무너지면서 김씨 집을 덮쳐 김씨와 부인 이택래씨(64)·딸 미숙양(22) 등 일가족 3명이 매몰됐다.
오전 9시30분쯤 영일군 신광면 호리 용현저수지 가두리 양식장에서 관리사 김경환씨(43)와 실습생 황명훈군(18·포항수산고3) 등 3명이 양식장이 붕괴되면서 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또 경주군 외동읍 팔실리 동해남부선 철도 3백 m, 강동면 유금리 동해북부선 2백m가 유실돼 경주∼포항간 철도가 막혔고 17개도로가 유실 또는 매몰돼 교통이 두절됐다.
【춘천=권혁용 기자】23일 오후11시쯤 강원도 동해시 삼흥동 달방댐앞 42번국도 10여m가 산사태로 막혀 동해∼정선간 교통이 끊기는 등 9개노선의 교통이 24일 오전11시 현재 두절되고 있다.
【광주=임광희 기자】전남에서는 농경지 60여 ha 침수, 건물 4채 전·반파, 선박 2척 파손, 어항시설 70m 파괴 등 5천6백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냈으며 1가구 6명의 이재민이 발생, 영남지방에 비해 피해가 비교적 적었다.
태풍이 서해로 빠져나감에 따라 목포·여수·완도·신안 등 각 항·포구에 대피한 어선들은 출어준비를 서두르고 연안여객선 운항도 24일부터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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