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기쁨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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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쿠데타 실패"
1991년 8월22일 아침
전세계가 무릎 치는 소리
그러면 그렇지 무릎 치는 소리.
러시아의 운명은 그 나라만의 운명이 아니니
한때 우리의 하늘도 걱정에 덮였었으니
세계사가 휘청했다가 바로 섰으니
어째서 짜릿한 안도가 몸을 뚫고 가지 않겠느냐.
어째서 인간의 역사에는
터무니없는 일들이 일어나는지
롤스토이는 도무지 안타까워 했지만
터무니없어서 명백한
악에 맞서는 결연한 사람들을 또한
그런 위기는 도들새김하느니,
인간의 위엄의 극적인 회복을
어째서 또한 자축하지 않겠느냐.
우리는 이번에 또 느낀다
정치적 기쁨의 진수를-
저혼자 즐거운게 아니고
마누라하고만 즐거운 것도 아니고
지네 패거리끼리만 즐거운 것도 아니고
하여간 그런 착각의 즐거움 오해의 즐거움 캄캄한 즐거움이 아니라
다같이 신나는 정치적 기쁨을-
그리고 한국인의 이름으로, 인류의 이름으로
인제는 한숨이 된 비장의 소원을 이야기한다
저 참된, 그렇다 저 참된 정치적 기쁨을 아는 사람이 정치를 해주었으면….
정치적 기쁨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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