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규모보다 원인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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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경상수지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당초예상보다 크게 늘고있다 하여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경제가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훨씬 많으니 써야할 만큼의 돈도 못 벌어들여서야 되겠느냐, 또는 씀씀이가 이처럼 헤퍼서야 되겠느냐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각 가정이 가계부를 쓰듯 한나라 경제가 대외 거래에서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의 규모를 항목별로 적어놓은 것이 국제수지표다.
이중에서 상품 수출대금과 수입대금만을 비교해놓은 것이 무역수지이고, 건설·운임·보험 등 서비스 분야에서의 수지만을 따로 적어놓은 것이 무역외수지다.
우리의 해외관광객들과 한국을 찾는 외국관광객들의 씀씀이를 비교해 여행수지라는 표도 만들 수 있고, 또 교포송금이나 대외원조같이 거저 주고받는 돈의 입출금을 따져 이전수지를 계산해보기도 한다.
이 같은 무역수지·무역외수지(여행수지 포함)·이전수지를 합쳐 경상수지라 하여 한나라의 대외거래상태를 따져보는데 가장 중요한 장부로 쓴다.
올해처럼 경상수지가 적자가 되면 가지고 있는 돈 (외환보유고)을 허물어 쓰거나 외국에서 돈을 꾸어다 메워야하며, 이때 우리의 외채는 늘어난다.
한 나라의 경상수지 적자는 물론 반가운 일일 턱이 없다.
그러나 바로 몇해 전 올림픽을 전후해 겪었던 것처럼 경상수지 흑자를 단번에 무리해서 크게 내는 일도 반가운 일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경상수지가 흑자도 적자도 아닌 상태로 나라 살림을 끌고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들 하지만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어느나라나 그같은 이론을 실천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올해의 경상수지 적자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논쟁도 결국엔 「경상수지의 균형」을 찾기 위한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올해의 경상수지적자를 보는 시각은 적자폭이 사상 최대라거나 예상보다 늘어났다는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국민총생산이 교역규모 등 경제의 국모가 커지면 적자나 흑자의 규모도 커지게 마련이므로 중요한 것은 국민총생산 등 경제규모에 대비한 경상수지 적자의 비중 (올해 경상수지 적자가 80억달러에 이른다면 GNP의 2·9%)이고 더 중요한 것은 적자의 원인이 어디에 있고, 또 그 원인이 구조적인 것이냐, 일시적인 것이냐를 냉정히 따져보는 일이다.
경상수지 적자와 직결되는 외채도 마찬가지다.
지난 85년의 외채망국론이 당시로서는 많은 공감을 얻은 것도 사실이지만 지난6월말 현재 2년9개월만에 다시 1백억달러를 넘어선 순 외채는 이제 GNP 대비 3·7%로 그 비중이 크게 줄어들어 「망국」과 같은 위기국면으로는 해석되지 않고 있다.
개발연대 이후의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80년대 말의 급작스러운 대폭의 경상수지흑자, 4년을 못 넘기고 다시 겪고있는 경상수지 적자를 돌이켜보며 우리가 반성해야하는 것은 국가 정책이나 기업경영, 일반 국민의 소비형태 모두가 그때 그때의 경제상황에 따라 일희일 비애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올해의 경상수지적자도 당장의 예상이나 실적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구조」와 「추세」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그에 따른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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