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핵심 쟁점은 결국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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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 이틀째인 9일 오후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 대표가 베이징 리츠칼튼 호텔에서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와 북.미 양자 접촉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3단계 5차 6자회담의 핵심 쟁점은 '돈' 문제로 수렴된다. 북한이 핵 폐기의 초기조치를 이행하면 한.미.일.중.러 5개국은 에너지.경제지원을 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협상장 분위기로는 '핵 폐기 초기조치 이행과 에너지.경제지원'에 대한 합의가 큰 틀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은 핵 폐기에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일치된 목소리가 각론인 비용 분담 문제에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협상에 진통이 예상되는 이유다.

◆핵 폐기 vs 에너지 지원=북한은 핵 폐기의 초기단계 이행 과정을 논의하는 출발선에서부터 상응 조치인 대북 지원 대상과 규모를 크게 잡았다.

우선 북한이 핵 폐기의 대가로 거론한 품목은 중유다. 회담 시작 전부터 북한을 방문한 미국의 핵 전문가 그룹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당장 필요한 1순위 지원 대상으로 중유를 꼽았다. 화력발전용 연료로 주로 쓰이는 중유는 1994년 제네바합의의 결과물로 미국은 1995~2002년 연간 약 50만t씩 모두 356만t을 북한에 보냈다. 핵동결에 대한 대가였다.

미국은 핵시설을 폐기하면 연간 50만t의 중유를 북한에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유 구입비로 연간 약 1400억원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송전할 200만㎾도 에너지 지원에 포함될 전망이다. 2005년 7월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핵 폐기와 북한에서 진행 중인 경수로 공사를 끝내는 조건으로 해마다 북한에 전기를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북한은 한국의 대북 송전을 대북지원 계산서에 이미 집어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북한은 협상 막바지에 '에너지 예속' 등을 이유로 중단된 경수로 건설을 끈질기게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특히 지난해 7월 미사일 시험 발사로 중단된 쌀과 비료 등 한국의 인도적 지원도 당연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연간 1600억~2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는 6자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해법이 찾아지면 대북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돈=중유 제공은 9.19 공동성명에 근거해 5개국이 맡게 된다. 문제는 분담 비율이다. 각국은 분담액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거기다 일본은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중유 지원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러시아도 북한의 채무액 80억 달러 중 일부를 탕감해 주는 것으로 중유 지원을 대체하려는 속셈을 내비쳤다. 한국은 대북 송전을 협상 지렛대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재정기여도에 따라 발언권이나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원칙이 6자회담의 기본틀"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일본.러시아.미국이 완강하게 버티면 한국은 중유 대금을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 현 단계에선 미국이 적극적으로 반대해 쉽게 논의되긴 어렵겠지만 만약 경수로 건설이 재개되면 한국 정부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한국은 북한 핵 폐기의 최대 분담국이 될 전망이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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