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탈락한 무대서 정상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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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예상 외의 주자들이 호랑이 없는 골에서 우승 파티를 벌인다.

한국.중국의 강호들이 대거 탈락한 LG배 세계기왕전(우승상금 2억5000만원)에선 한국의 조한승 9단과 중국의 후야오위(胡耀宇) 8단, 한국의 홍민표 5단과 대만의 저우쥔쉰(周俊勳) 9단이 12일 광주광역시에서 4강전을 치른다.

또 '강자들의 무덤'으로 유명했던 원익배 10단전에선 안조영 9단과 백홍석 5단이 결승에 올랐다.

◆LG배 4강전=한국 랭킹 5위의 조한승 9단과 중국 랭킹 3위의 후야오위 8단은 이번 준결승전을 사실상의 결승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창호-이세돌-구리로 이어지는 최강 그룹이 모두 탈락한 상황이기에 세계대회 무관인 이들 두 사람은 이번에 세계대회 첫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난 셈이다.

그러나 다른 한판에서 맞붙는 홍민표 5단과 저우쥔쉰 9단도 준결승을 앞두고 흥분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다.

저우쥔쉰은 대만에서 28회 우승했고, 현재 4관왕이다. 대만에선 무적의 최강자인 셈인데 대만 바둑계는 이런 저우쥔쉰이 우승한다면 말할 것도 없지만 결승에만 올라가도 대만 바둑이 중흥의 계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8강전에서 구리 9단을 꺾었던 홍민표는 저우준쉰에게 패배한다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우승자는 아무래도 저쪽(조한승과 후야오위 쪽)에서 나오겠지만 나 역시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강력한 자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원익배 10단전=강자들의 무덤으로 악명(?) 높았던 10단전에선 안조영 9단과 백홍석 5단이 결승에 올랐다. 안조영은 3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송태곤 8단을 주저앉혔고(314수 흑 1집반승), 백홍석은 이보다 하루 앞서 최철한 9단을 격파했다(256수 흑 2집반승).

76년생으로 어느덧 30대가 된 안조영은 신예 기전에선 우승 경험이 있으나 전 기사가 출전하는 정규 기전에선 네 번 결승에 올라 모두 실패한 아쉬운 기록을 갖고 있다. 이창호 전성기 때 이창호 9단에게 결승에서 세 번이나 져 "바둑은 강한데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는 소리를 들었던 안조영이 이번에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에 맞서는 신흥세력 백홍석 5단은 지난해 삼성화재배 4강에 오르는 등 맹활약하며 2006년 신예기사상을 받기도 했다. 그 역시 강자들이 모두 탈락한 이번 10단전 무대가 정규 기전 '첫 우승'을 신고할 최적의 무대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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