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하더라도 2년 걸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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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부산의 네 요트맨이 돛 하나에 몸을 맡긴 채 지구를 한바퀴 돌아오는 세계일주 항해에 나선다.
양진우(39·팀강·부산아성산업대표이사)·김관수(26·강원대요트대표선수)·양진재(27· 한국해양대 기관학과졸업)·조계형(24·인하공전통신과2)씨 등이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요트 세계일주에 나설 코리아나호의 네 주역들.
팀장 양씨는 『본래 우리 선조들은 배포가 큰 민족이었으나 현대생활 속에서 점점 작아드는 느낌』이라며 『개인은 물론 민족 전체가 새로운 무한대의 한계에 다시 도전한다는 뜻에서 일주를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는15일 오전11시 부산 수영만요트장에서 시작되는 코리아나의 세계일주 대장정은 지구를 한바퀴 돌고도 남는 4만여 마일.
거친 파도를 만나지 않고 순항한다해도 줄잡아 2년 가량 소요되는 지루한 대모험이다.
5·3t의 일섭편주에 운명을 맡길 세계일주는 팀장 양씨 가족의 오랜 꿈이 실현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해양대 1기생이자 경남 거제의 선박업계유지였던 부친 양학권씨가 87년 별세하기 직전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요트 세계 일주자가 되고싶었다』는 유언을 5형제에게 남겼다.
형제가 모두 해양가족이었으나 해군출신에다 타고난 기질(?)탓에 둘째인 팀장 양씨가 아버지의 뜻을 받들기로 하고 이듬해인 88년4월부터 세계일주 준비에 들어갔다.
양씨는 홍콩의 극동요트사에서 원양 항해 요트설계도면을 입수, 89년 말부터 본격 제작에 들어갔다.
수 차례 실패 끝에 3년여 만인 지난3월 코리아나가 모습을 드러내 수영만 요트장에 진수됐다.
세계일주 준비를 위해 양씨도 지난해 9월부터 회사운영을 친구에게 맡겨야했다.
항해팀이 직접 제작한 코리아나는 컴퓨터로 기상 팩스를 받을 수 있는 등 최첨단 항법장치를 갖추고있다.
이들은 부산을 출발, 일본∼하와이∼호주∼인도양∼수에즈운하∼지중해∼대서양∼파나마운하를 거쳐 태평양을 횡단해 귀국할 예정이다. 【부산=정용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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