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입국 때 웬 '한국인 인증 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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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해 말 러시아에 유학 중인 한국인 다섯 명이 자동차를 몰고 핀란드로 입국하려다 검문소에서 한 시간 넘게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경부선의 시발역과 종착역은?' '한국의 수도는?' 등 한국인 확인용 퀴즈 10여 개를 풀고서야 입국할 수 있었다.

같은 시기 영국 유학생 K씨는 스위스 바젤공항에서 직원으로부터 '지는 어디 답 다디까?'라는 엉터리 한글 문장을 영어로 해석할 것을 요구받았다.

K씨는 "제대로 된 한국어가 아니다"고 했으나 계속 추궁하는 직원과 30분 넘게 말다툼을 벌이다 간신히 비행기를 탔다.

유럽 국가에서 한국인 입국심사가 까다로워지고 있다. 한국인은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 비자 없이 드나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불법입국을 노린 제3국인이 위조 한국여권을 소지하는 범죄가 늘면서 괜히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인이 프랑스에서 선박으로 영국에 입국하려면 출입국 관리소에서 입국 목적과 직업.나이.한국 주소.체류 일정은 물론 영국 호텔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질문을 받는다. 친구 집에서 묵겠다고 했다가 입국이 거부된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여행객이 여권사진 대조만으로 통과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버밍엄 등 영국 일부 공항에선 한국여권 소지자에게 한국어 이해력을 측정하기도 한다.

특히 저가항공이나 선박 등 값이 싸서 제3국인 불법입국자가 이용하기 쉬운 교통편에서 집중조사를 받는 일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주재 한국 공관 관계자들은 "우리 국민이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해당국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며 "유럽을 여행할 때는 여권 외에 다른 신분증도 소지하고, 출입국 직원과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한국 대사관에 연락해 달라고 요구하라"고 조언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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