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열린유아교육] 아이가 만 세 돌 지나면 '책임감 교육' 시작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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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언제부터 아이들에게 자립심과 책임감을 키워 줘야 할까. 아이가 돌이 지나면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유치원에 간 후 시작해야 할까. 책임감을 길러줘야 하는 시기는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항상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면 자립심을 길러야 할 때와 책임감을 강조해야 할 때를 알 수 있다. 물론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본 사람들은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보통 어른들도 관심을 갖고 관찰하면 된다. 대략 아이들이 만 세 돌 미만일 때는 마음껏 늘어놓으며 놀게 해 자율성을 길러주어야 한다. 그러나 만 세 돌이 넘어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면 조금씩 책임을 지는 방법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22개월 된 손자는 집에서 종이블록이며 미니 자동차를 방안 가득 늘어놓고 논다. 어떤 때는 땀을 뻘뻘 흘리며 노는데 이런 아이에게 "이제 밥 먹을 시간이다. 장난감 치우자"고 해봤자 절대 듣지 않는다. 듣지 않으려 고집을 피워서가 아니라 책임지고 치울 능력이 없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아이가 스스로 열심히 몰두해서 놀게 해서 자율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러나 클 때까지 이렇게 키우면 아이는 버릇없고 책임감 없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따라서 아이에게 놀 자유를 주더라도 물건을 사람에게 던질 때에는 "아니, 장난감을 사람에게 던지면 아파. 던지지 말자"하며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 책임감을 느껴보게 해야 한다. 아이가 듣지 않아도 포기하지 말고 백 번 천 번 조용한 말로 단호하게 반복해야 한다.

그러다가 아이가 세 살 이상이 되기 시작하면 한동안 신나게 놀게 하다가 밖으로 나가기 전 또는 잠자리에 들기 전 "열심히 놀았다. 재미있었겠네. 자, 이제 우리 장난감 하나 치우자"하며 한두 개 정도 치우게 한다. 아이의 연령이 올라갈수록 치워야 하는 장난감의 수효도 늘고 해야 할 일의 수도 늘리면 된다. 그러면 어느새 자율성과 책임감을 함께 가진 사람으로 성장한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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