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독학내용 알기쉽게 정리|“직장근무외 모든 시간 바쳐”|영어 7만7천어휘 사전낸 통계청 서재순사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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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농고졸업, 통계청 사무관 1남2녀의 아버지,47세, 아이큐1백37.」
이상이 1천 페이지에 달하는 영어 어휘참고서를 펴낸 서재순씨의 신상명세서다.
학교에서 체계적인 영어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아 전문적인 영어지식도 없이 시작, 지난7년여동안 주경야독 끝에 서씨가 펴낸 책은『7만7천 단어의 영어어원과 어휘.』
영어 단어의 역사적인 배경 및 짜임새·용례등을 자세히 수록해 머리속에 쉽게,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영어단어를 외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도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지요. 머리속에 체계화시켜가며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죠. 외국사람이 써낸 참고서를 봐도 크게 도움이 안돼 나름대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보자는 욕심을 갖게된 것이 이 책을 내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최근 발간된 이 책은 현재 1천2백권 정도 팔렸는데 대학생이나 승진시험을 앞둔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서씨가 영어공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카투사로 미군부대 생활을 시작한 65년부터. 자신의 말대로 영어에 캄캄했던 서씨는 미군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실감했고 이에 따라 늘 사전을 옆에 두고 영어잡지등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이때부터 사전에 비슷한 단어는 표시해두는등 어휘연구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제대 후 67년 농수산부지방통계사무소 직원으로 공무원 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서씨는 바쁜 공직생활속에서도 영어사전을 항상 가까이 했다.
직장근무시간 이외의 모든 시간을 영어공부, 특히 어원학에 매달렸다. 일요일도 따로 없었고 가까운 친·인척의 크고 작은 일에 참석할 수조차 없었다.
이같은 각고의 노력끝에 자신이 정리하고픈 내용들이 어느 정도 추스려졌고 그러던 중 동료의 도움으로 지난해 법문출판사와 출판계약을 하면서 책을 펴내는 작업이 구체화됐다.
『후학들이 영어단어를 올바르게 익히고 또 학습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작은 지침서가 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는 서씨는 서울 고척동 16평짜리 아파트에서 부인·자녀등 4식구를 거느리며 단출하게 살고 있다.

<박의준기자>
전문가도 쉽지 않은 사전편찬을 집념끝에 퍼낸 두 공무원이 있다. 13년의 노력 끝에 한국어 형용사 사전을 펴낸 전북도 사무관 박준하씨와 영어 어휘사전을 퍼낸 통계청 사무관 서재순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말단부터 공무원생활을 시작했으며 성실한 생활을 해오고 있고 집념과 끈기의 소유자라는 공통점이 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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