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응어리풀고 눈물의 성묘”/평양갔다온 춘원 3남 이영근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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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일성대학 교수가 “묘소확인” 주선
최근 평양을 방문,40여년만에 아버지의 병사를 확인하고 묘소를 찾아 성묘한 후 1일 오후 귀국한 춘원 이광수의 3남(두 아들은 일찍 사망) 이영근박사(63·원자핵물리학자·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선친의 묘소를 찾기전 평양 고려호텔에서 이틀밤을 꼬박 뜬 눈으로 지새웠다』며 『정확하지는 않지만 북한의 선친사망 추정일을 기일로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박사가 평양에 간 것은 지난달 20일.
지난 2월 미 캘리포니아에서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홍이라는 50대 남자가 이박사의 연구실로 전화를 걸어 『평양에 이박사의 선친묘가 있으니 성묘하고 싶으면 여권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더라는 것.
이박사가 즉석에서 방북의사와 함께 여권번호를 알려주자 이 남자는 『비밀을 유지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연락이 올 것』이라며 끊었다는 것이다.
4개월 후인 6월 초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전」이라는 사람이 『7월16일 오후 북경비행장에 도착하면 북경주재 북조선대사관에 연락,비자를 발급받도록 하겠다』고 역시 이박사의 연구실로 전화를 걸어왔다.
이박사는 즉시 북경행 비행기표를 예약,7월16일 LA에서 북경으로 날아갔다.
7월20일 오후 2시30분 북경발 평양행 조선민항을 탄 이박사는 1시간30분후인 오후 4시쯤 평양 순안비행장에 도착했다.
마침 21일이 일요일이어서 최참사의 안내로 평양시내 관광을 한 이박사는 이틀밤을 지낸 후 22일 오전 8시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 서기국 부국장 김영락(50)의 안내로 40여년동안 그리던 선친의 묘소 성묘길에 나섰다.
춘원의 묘는 대성산을 지난 고구려왕릉으로부터 강동쪽으로 3㎞쯤 떨어진 평양시 삼석구역 원신리 야산기슭에 납북 또는 월북인사 4명의 묘와 함께 있었다.
김부국장과 최참사의 안내로 선친의 묘를 확인한 순간,이박사는 온몸에 식은 땀이 흘렀고 묘비앞에 주저앉아 안경이 젖도록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묘소를 확인한 충격등으로 출국일정을 5일 당겨 북경을 통해 귀국한 이박사는 성묘후 북한의 과학원 물리학연구소장 여인광씨(50)등 핵물리학자 3명과도 만나 핵에 대한 의견도 나누었다고 밝혔다.<김국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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