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펀드 "벽산건설, 수백억대 지분 소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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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일명 장하성펀드)가 투자 기업과 접촉하면서 근거가 희박한 수백억원대의 대주주 지분 소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외이사 역할과 선임 문제를 두고 국내의 대표적 투자회사인 KTB네트워크의 역할을 부정하는 요청도 했다. 기업지배구조개선을 내세워 자신의 보유지분에 비해 과도한 요청을 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장하성펀드는 벽산건설(8,380원 480 +6.1%)의 내부거래 이익 환원을 명분으로 대주주(인희) 주식의 30%가량을 무상소각할 것을 요구했다. 장하성펀드 주장의 골자는 '벽산건설 주식 52.5%(1440만주)를 갖고 있는 인희(건자재 납품.부동산업체)가 회사에 철근 등 건설자재를 납품하면서 부당 이익을 가져간 만큼 이를 회사에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향후 건자재 구매를 회사가 직접 하라는 요구도 덧붙였다.

벽산건설은 이에 대해 인희로부터 건설자재를 공급받았지만 정당한 가격으로 거래했고 인희로 인해 회사가 이익을 얻은 부분도 있다며 내부거래에 따른 대주주의 이득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장하성펀드는 또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에 있어서도 펀드에 추천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벽산건설의 사외이사는 4명으로 3명은 지분 9.15%를 갖고 있는 KTB네트워크 추천한 인사(KTB 임직원)들이다. 장하성펀드는 내부거래 등에 있어 사외이사의 견제기능이 실종됐었다고 지적해 KTB의 역할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KTB는 이에 대해 실체가 없는 내부거래 주장으로 사외이사의 역할을 폄훼했다며 장하성펀드에 항의, 양측의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장하성펀드는 이같은 요구에 대해 "벽산건설이 회사 입장을 알려오지 않을 경우 5일 지분 공시 등을 통해 요구사항을 알리겠다"고 통보했다. 장하성펀드측은 벽산건설에 이런 요청을 했는지에 대한 확인취지에 대해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동일권 라자드한국 대표 등 임직원이 해외 출장 중이어서 책임있는 답변을 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장하성펀드가 요구조건 관철을 위해 근거가 희박한 주장을 펼치는 등 지배구조 개선, 대주주 견제 등 펀드 출범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내부거래 규모에 대한 입증도 없이 대주주에 대한 막연한 반감에 기댄다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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