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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도토리 경제인 20,000,00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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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회사원 최주희(26)씨는 친구 결혼식에 직접 갈 수 없을 때는 싸이월드에서 구입한 '도토리'로 축의금을 보낸다. 또 친구의 생일선물은 도토리로 산 음악이나 스킨(홈페이지를 꾸미는 아이템)으로 대신한다. 최씨는 "친구를 직접 만난다면 500원짜리 선물을 줄 수 없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 같은 일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신병휘 개인서비스그룹장은 "싸이월드는 사이버 공간에서 친구나 친인척들을 만날 수 있게 했고 소액 선물로도 인맥을 쌓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이런 싸이월드의 회원 규모가 6일께 2000만 명을 넘어선다. 서비스를 시작(1999년 9월)한 지 7년5개월 만이다. 싸이월드는 의사소통 방식을 많이 변화시켰다.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려 친구들과 함께 보고 즐기는 문화가 생겼고 '도토리'(한 개 100원)라는 사이버머니는 기부금으로도 통용된다. 대학생 조아라(23)씨는 한 달에 사는 100개의 도토리 중 30~40개를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연 봉사단체 등에 넣어 준다. 조씨는 "기부 하면 큰돈을 생각하게 되지만 도토리를 내는 것은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싸이월드 회원들이 기부한 도토리를 돈으로 환산하면 1억40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국제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이 펼친 '베트남 사랑의 학교 세우기' 지원 행사에는 1만30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하루 평균 판매되는 도토리는 300만 개(3억원어치)다. 특히 온라인 장터에서는 하루 평균 20만여 곡(한 곡에 500원)의 음악이 팔린다. 지금까지 1억6000만 곡이 판매됐다. 온라인 장터에서 1억 곡의 음악이 팔린 것은 미국 애플사의 아이튠(음악 내려받기 서비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미니홈피를 꾸미는 데 쓰이는 예쁜 글꼴을 구입하는 금액도 한 달에 수 억원대다. 삼성경제연구소 권기덕 연구원은 "아는 사람을 엮어 주는 공간이어서 선물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얼마든지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세상을 변화시킨 싸이월드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0만 명의 회원을 모았지만 참여 열기는 예전만 못하다. 한때 싸이질(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 것), 싸이홀릭(싸이월드 중독증)과 같은 신조어를 낳았지만 지금은 e-메일처럼 정기적으로 한번씩 들어가는 소통 수단에 머물고 있다. 이용자들이 열광할 만한 새로운 서비스가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개인정보의 유출을 걱정해 자신의 홈피 내용을 남에게 전부 공개하는 사례도 줄었다.

한때 미니홈피를 꾸미는 데 열성이었던 주부 홍선미(32)씨는 "싸이월드에서 사람을 더 사귄다(1촌 만들기)는 생각은 없다"며 "지금은 2~3일에 한번 정도 접속해 기존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회원이 늘어나는 속도 역시 더뎌졌다. 500만 명에서 1000만 명이 되는 데 불과 6개월밖에 안 걸렸지만 1500만 명에서 2000만 명으로 늘어나는 데는 1년6개월이 소요됐다. 이 때문에 회사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미니홈피를 블로그나 쇼핑몰 등으로 변형해 활용할 수 있는 '싸이월드2'를 다음 달 서비스할 예정이다. 싸이월드 내부의 콘텐트 검색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원배.장정훈 기자

◆도토리=2001년 9월 싸이월드가 미니홈피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도입한 사이버머니다. 도토리로 게임을 즐기고 만화도 볼 수 있다. 외환은행은 싸이월드에 도토리를 받는 '사이버 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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