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첫 진출 김찬구 사범|"소에 태권도 얼 심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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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동토의 땅 소련에「예」를 중시하는 한국태권도의 얼을 심겠습니다.』
태권도 종주국의 사범으로서는 처음으로 소련의 레닌그라드에 단신 진출, 1년여 동안 한국 혼이 담긴 태권도를 지도하게 될 김찬구(27·사진)씨의 당찬 포부다.
그 동안 몇 차례의 태권도 시범단이 소련에 선보였고 재소 한인들이 모국으로 태권도 유학을 온 적은 있었지만 정식보급 목적을 띤 한국인 사범이 소련에 파견되기는 김씨가 처음인 셈이다.
김씨의 소련 진출은 지난 2월 체육과학대생 20명이 레닌그라드에서 태권도시범을 보인 것이 계기가 됐다.
한소 수교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소련의 사회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레닌그라드 방송은 40여분간 TV생중계를 했고 시범이 펼쳐진 레닌그라드체육관은 5만 명의 소련인들로 대성황을 이뤘다.
이 같은 태권도 열기를 목도한 레닌그라드 스포츠 운영위원회 스피트네프 위원장은 급기야 체육과학대에 사범파견을 요청하기에 이른 것.
한편 소련엔 한국주축인 세계태권도연맹(WTF) 공인의 유단자 22명을 포함, 모두 10만 명에 육박하는 태권도 인구가 있다.
지난 87년 국제군인태권도대회에 한국대표(라이트급)로 출전하기도 했던 김씨는『소련의 첫 한국인 사범이란 자부심과 착실한 생활인으로서의 한국인 이미지에 흠이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다짐한다.
김씨는 숙식제공과 동구권에서 제일 오래된 레닌그라드체육대학 유학을 조건으로 27일 출국한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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