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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는] '지방대 살리기' 地自體가 나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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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익히 알고 있듯 현재 많은 지방 대학이 악순환에 빠져 있다. '지방 대학생의 취업기회 박탈'이 '지방 인재의 서울 유출'로 이어지고, '인적 자원의 서울 유출'이 '지방 대학 재정의 빈곤화'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방 대학의 쇠퇴에 대처하는 한 주요 방안으로 최근 산학(産學)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지방 기업들이 지방 대학을 위해 연구 지원과 학생 고용에 앞장서고 대학은 해당 기업들과 손잡고 필요한 기초 지식을 생산해 가자는 것이다.

이 같은 산학협력을 위해선 무엇보다 관(官), 즉 지방자치단체의 측면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 점에서 올 들어 시작된 대전시의 산학 지원은 눈여겨볼 만하다.

대전시는 올 1월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대학 협력계'를 설치, 지방 대학 살리기에 나섰다. 현재 그 대학협력계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 프로젝트는 '산학 협력의 제고'다.

대전에는 17개 대학 외에 대덕연구단지에 50여개의 연구기관 및 통계청.관세청.중소기업청 등 정부기관이 있고 서울.경기 지역을 제외한 가장 많은 수의 벤처기업(7백87개)이 있다.

기업체 및 정부.연구기관들을 대학과 연계해 대학은 물론 지역경제까지 살려보자는 뜻이다. 대학이 기초과학 지식을 생산하고 기업이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환경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자는 얘기다. 시는 이를 위해 그 동안 국립 대학에 편중했던 지원을 관내 전 대학으로 넓히면서 대학끼리의 네트워크 구축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신경제는 네트워크를 통해 개별 기술혁신을 확대 재생산하자는 것이 골자다. 특히 산업과 대학 간의 연계 시스템인 ISR(Industry-Science Relationships)를 강조한다. 미국 경제가 최근 성장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도 바로 그 ISR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이용한 결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점에서 대전시의 산학 협력, 또 관-기업-대학-연구단지 등을 연계하는 종합 연계 시스템의 구축은 시의적절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산학 협력이 성공하기 위해선 기업과 대학 측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대학 측은 학생들이 기업의 요구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현실감 있고 균형 잡힌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반면 기업은 대학의 연구결과를 신속하게 실용화하고 유연한 자세로 대학 연구에 필요한 투자를 도와줄 필요가 있다. 또 시장에서 얻은 아이디어와 마케팅.제조.엔지니어링.서비스에 대한 전문적 노하우를 대학 측에 제공하고 반대로 대학과 연구기관이 산출한 새로운 아이디어 및 학생.연구실험실.데이터 베이스 등을 활용토록 해야 한다.

지자체의 지원 정책도 전략적이어야 한다. 아무 분야나 지원하기보다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전략 분야를 찾아 파트너십을 강화하게 해야 한다. 또한 그 파트너십의 구축은 단순한 정보거래나 지식의 활용 차원만이 아니라 '지역혁신체제'를 구축하는 차원에서 해야 한다. 즉 '지역혁신 모임'을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문제를 풀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방 대학의 쇠퇴를 대학 혼자만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지자체가 적극 나서서 산학협력을 이끌어내고 그를 통해 지속 가능한 지역의 성장모델을 안착시켜 나가야 한다. 대전시는 시장과 17개 대학 총.학장으로 '학관 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대전시의 의욕적인 노력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타 지역도 관심있게 지켜 볼 만하다.

장수찬 목원대 교수 행정정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