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전쟁 억지력 있다"|사회과학원 현인택 박사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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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남한은 북한의 전쟁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전쟁 억지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지나치게 강조해온 고정관념을 탈피, 보다 평화적·합리적 전쟁 방지 전략을 확고히 하는데 힘써야 한다.』
지금까지 성역으로 금기시 돼온 남북한 군사력 문제에 대해 이같이 파격적이고 전향적인 내용을 담은 논문이 나와 학계의 본격적인 군사 문제 논의를 예고하고 있다.
미군에서 한미 군사 관계 연구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지난해 귀국한 현인택씨 (사회과학원 연구원)가 25일부터 27일까지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제2회 「한국 정치 세계 학술 대회」에 제출한 논문 「안정적 억지와 한반도의 군사 균형-남북한 군사력 평가의 재론」이 그것이다. 이 논문은 특히 한국정치학회 (회장 강민)가 주최하고 통일원·외무부·교육부·공보처 등에서 후원하며 국내외 정치 학자가 대거 참여하는 대형 국제 학술 행사의 주제 발표 논문으로 채택돼 주목된다.
현씨는 논문에서 군비 경쟁을 조장해온 잘못된 고정관념의 탈피를 우선 주장한다.
첫째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할수록 안보에 이롭다는 고정관념이다. 우리의 방위력으로 충분히 억지할 수 있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지나치게 과대 평가하는 것은 실제로 전쟁 발발시 국민들을 「공포의 공황 상태」로 몰아넣어 「국민적 방어력」을 약하게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 군사력의 수적 우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고정관념으로부터의 탈피다. 현대전에서 수적 우세가 반드시 전체 군사력의 우위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질의 문제다. 셋째는 군사력 평가에서 「선제 공격」의 이점을 과대 평가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방어」의 이점이 균형 있게 지적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씨는 이같은 고정관념에 근거해 『군사력 면에서 북한보다 우의에 있어야만 한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군비 경쟁」이라는 소모전을 초래할 것으로 경계한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억지력」을 가져야한다는 점이다. 즉 우열을 떠나 방어에 필요한 만큼의 군사력만가 지면 된다는 주장이다.
현씨는 『현재 남한은 북한의 전쟁 도발을 억지 할 힘 (억지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 근거는 주한 미군까지 고려할 경우 ▲북한의 전자전장비가 극히 초보적 상태라 기습 공격에서 우리의 방공망을 파괴할 능력이 없다 ▲공중전에서도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최신 전투기에 비해 열세 ▲한반도 지형은 방어에 유리 ▲스커드미사일의 부정확성과 외국군의 개입 가능성 ▲제공권이 없는 상태에서 전선 돌파 작전의 불가능성 ▲해군력의 열세 ▲특수부대 침투시 고립 가능성 등이 있다.
현씨는 또 주한미군이 철수한 뒤에도 정보 체계의 지원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그럴 경우 『한국군 단독으로도 전쟁 억지력을 지닌다』고 평가한다. 근거는 ▲경제력의 우위에 기초한 군사비의 우세 ▲군 현대화 작업에 따른 한국군의 전력 증강 (차세대 전투기 사업·신 형 구축함 보강 계획) ▲산업 발전에 따른 방위산업과 군사 기술의 우위 등이다.
현씨는 군사 면에서 보다 확실한 전쟁 억지력 확보를 위해 「조기 경보 및 전자전에 초점을 맞춘 방어 체제 전략」을 강조한다. 현대전은 걸프전이 웅변하듯이 최첨단 전자전이며, 전자전은 상대방의 공격을 마비시키고 역공이라는 보복 수단을 보강하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현씨는 끝으로 『가장 확실한 억지력은 정치적 해결』이라며 『남북관계 개선과 군비축소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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