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교육환경…전학 강요도|상·중계동 주민 "이점이 불편하다"(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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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 하계동 증평국민학교 5학년 한송이양(12)은 친한 학교친구가 없다. 잦은 전학으로 급우들과 정이 들만하면 헤어지기 때문이다.
고덕동에 살던 한양이 하계동 청구아파트로 이사한 것은 88년8월. 이때학교도 고덕동 묘곡국교에서 하계동 연촌국교로 옮겼다.
전학한지 3개월 후인 88년11월, 한양은 다시 이웃 우성아파트단지 부근에 신설된 증평국교로 전학해야 했다. 교육구청 측이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학생들을 나누어 배정했기 때문이다.
증평국교에서 생활한지2년7개월. 학교 생활도 익숙해지고, 친구도 사귀고, 정이 들기 시작했는데 오는 9월에는 다시 노원경찰서 부근에 신설되는 용동국교로 전학해야 한다.
증평국교 바로 옆에 경남·롯데·상아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이 학교도 콩나물교실이 되었다.
김양은 3년 동안 세번이나 학교를 옮기게되는 셈이다.
때문에 증평국교 학부모들인 청구·한신아파트주민 2백여명은 지난8일 오전 북부교육구청에 몰려가 집단전학을 반대하는 농성을 벌였다.
『아이들이 철새 마냥 학교를 옮겨다니다보니 친구 사귈 겨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매번 새로운 환경을 접하기 때문에 정서장애를 일으키고있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주장.
게다가 이들 신설학교는 실험실습기자재가 부족하거나 운동장이 채 정비되지 않은 등 시설이 엉망이어서 정상수업도 어렵다.
중계동524에 지난3월 개교 예정이던 중원중은 교사완공이 늦어져 이 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은 하계동 용동국교 교사를 빌려 수업하고 있다.
중원중도 방학중 이사하기 때문에 1학기 동안 각 교실에는 교훈이 적힌 액자 1개와 태극기만 걸려 있을 뿐 환경미화는 전혀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상계동 학생들이 다니는 창일중은 올3월 개교했지만 교사가 6월에 완공되는 바람에 학생들은 인근 창동국교 교실 10개를 빌려 더부살이 수업을 했다.
이 바람에 전교생의 애국조회가 불가능한데다 운동장마저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으며 중학교의 1교시 수업시간은 45분인데도 국교의 수업시간과 맞추기 위해 40분으로 단축했으며 부족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 하루 2시간씩 방과후에 보충수업을 해야했다.
이 같은 졸속개교에 따른 열악한 수업환경, 학기 중 철새전학등 교육상문제는 상·중·하계동 주민들이면 모두가 겪어왔거나 현재 겪고있는「홍역」이다.
기반시설을 미처 갖추지도 않은 채 우선 아파트부터 짓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도시계획이 학부모들로 하여금 홍역을 치르게 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 황극연 관리과 행정계장은『서울시가 상·중·하계동 지역을 개발하면서 아파트공사발주에만 치중, 학교건립 예산배정 등은 차후문제로 미루고 있기 때문에 농성사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설 학교 개교 일은 3월중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88년 이후 상·중·하계지역에 들어선 11개 국민학교 중 3월중 개교한 학교는 3개교에 그치고있다.
나머지 8개교는 완공이 늦어져 5∼10월 사이에 개교했다.
중·상계동단지에는 오는95년까지 2만5천 가구 분의 아파트가 들어서며 이에 따라 인구는 10여만 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도시계획은 여전히 선 입주 후 기반시설보완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교육문제를 둘러싼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끝>

<박종권·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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