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잘 짜인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를 보는 한국 기자의 마음은 유쾌하지 못했다. 장면 하나하나에 담긴 의도를 읽으면서 착잡하기까지 했다. 특히 백두산 천지에 중국을 뜻하는 한자 '中'이 꽂혀 있는 장면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본지 1월 28일자 3면 사진>본지>
이날 관람석 어딘가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추진해 온 지린(吉林)성 사회과학원이나 둥베이(東北)사범대학 연구자들도 자리했을 것이다. 그들은 무척 흡족했을 것이다. 2002년 2월부터 5년간 공들여온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아시안게임이란 큰 무대를 통해 '만주는 중국 땅' '백두산은 중국 산'이라고 전 세계에 부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측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던 동북공정이 이달 말 공식적으론 종료된다. 그런데 솔직히 그동안 중국의 역사 왜곡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중국만 탓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 그들은 한반도 통일에 대비해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이고 고고학.인류학 역량을 총동원했다. 체계적인 일정과 전략에 따라 일을 추진해 '성과'도 냈다.
이 시점에서 한국 정부와 학계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진행한 5년간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나. 정부는 효력이 의문시되는 '구두합의'에만 매달렸다. 학계는 고조선까지 중국 역사에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의 의도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고구려사 왜곡 차원으로 좁게 해석하는 혼선을 빚었다.
동북공정은 얼굴을 바꿔 계속될 것이다. 이제라도 장기 전략을 마련해 능동적으로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땅은 잃었어도, 역사만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