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문화 카페] 대구 새벗도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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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렸을 적엔 우리 동네 장애인을 놀리곤 했는데…, 책을 읽으며 잠시 그 장애인 처지가 돼 봤어요."

"책을 읽으면 동화를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펜을 들면 단 한줄도 쓸 수 없는 거 있죠."

14일 오전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새벗도서관 한켠에선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다. 도서관 주변 30대 어머니로 이뤄진 대구동화모임 '반디각시'의 금요일 모임이다. 회원 9명이 이날 읽고 온 책은 권정생씨의 '사과나무밭 달님'. 모임이 만들어진 지 4년째가 돼 이야기는 거리낌이 없고 비평은 매서웠다. 엄마를 따라나선 아이들 셋은 저들끼리 어울리다 싸움이 벌어져 토론을 훼방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대구에 하나뿐인 사립 새벗도서관(www.saebut.org)의 회원이다. 회원들은 여기서 아이들 책을 빌리고 커피도 마신다. 아파트 숲 가운데 섬같이 버티고 선 1백평짜리 문화공간이다.

새벗도서관은 15년간 유지된 사립공공도서관이다. 신남희(38)관장은 도서관을 매개로 동화모임을 비롯해 갖가지 문화운동을 끌어내고 있다.

이곳은 30~40대 부부가 많아 중구와는 다른 문화운동이 필요했다.

그는 동화 읽는 어머니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만들고 이호철.윤태규 등 작가를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들꽃모임을 만들어 문화강좌와 답사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주부와 어린이 쪽으로 초점을 맞춘 것이다. 3만권의 장서도 수요자에 다시 맞췄다. 아이들 책은 국내외 신간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지난달엔 동화 그림전시회와 극단 토박이의 어린이연극 '날아라 나비야' 무료 공연 등 어린이책문화축제를 열었다. 주민 1천여명이 참가했다. 신관장은 여기서 나아가 마을 어린이놀이터의 안전을 조사해 보고서를 만들고 주민들과 같이 구의회를 방청하는 주민 모임도 만들었다. 그의 실험이 어디까지 펼쳐질지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는 "주부들이 책을 읽으면 세상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대구=송의호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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