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식탁' 언제까지…] "소비자의식이 국민 건강 지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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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국내의 한 소비자단체가 미국 3대 과자회사 중 하나인 나비스코의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소비자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이 회사가 만든 리츠.오레오 등의 불매운동을 주도한 사람은 김재옥(金在玉)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 회장. 金회장은 "소비자들은 제조업체, 특히 외국의 다국적 기업이 제품을 잘 만들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나비스코 비스켓 불매운동은 소시모의 모니터 역할을 하던 강원도 원주의 평범한 주부가 단서를 제공했다. 해태상사가 수입하면서 제품 포장지에 붙인 유통기한과 제품 상단부의 표기가 다른 점을 발견해 이를 소시모에 제보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金회장은 "식품의 마지막 단계는 소비자다. 책임을 갖고 꼼꼼히 따져야 한다"면서 "소비자 개개인이 권리 의식을 갖게 되면 전 국민이 불량 식품을 먹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金회장은 "소비자 단체가 기업에 대항하려면 기업이 꼼짝못할 정도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실험할 수 있는 시설과 비용이 너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정부의 공인 연구기관에 의뢰해 보지만 협조가 잘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을 들춰내기 위해선 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한데 이들이 소비자 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하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건강팀), 신성식.이지영.권근영 기자(정책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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