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시카고 쿼터백 그로스먼 '전설의 고향'서 수퍼보울 신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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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투척(slinging in the rain)'.

2001년 플로리다대가 미국 대학풋볼 챔피언에 오를 때, 쿼터백이었던 렉스 그로스먼(27.현 시카고 베어스 쿼터백)은 '전설' 같은 이야기를 남긴다. 폭우가 쏟아지는 테네시주의 네일랜드 스타디움에서 플로리다대는 루이지애나주립대와 만났다. 이 경기에서 그로스먼은 32개의 패스 중 22번을 연결시켰다. 무려 464야드 패스 성공으로 5번의 터치다운을 이끌어 냈다. 결과는 44-15 대승. 억수 같은 비를 뚫고 상대 진영을 향해 날아드는 그의 패스를 가리켜 사람들은 'slinging in the rain'이라고 했다. 그는 2001년 기자단 선정 '올해의 대학 선수'에 뽑혔고, 2003년 미국프로풋볼(NFL) 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22순위)에서 시카고에 지명됐다.

그로스먼이 플로리다로 돌아왔다. 2월 5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제41회 수퍼보울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잦은 부상, 기술적 미완성, 심한 기복으로 인해 그로스먼은 "잠재력은 있지만 수퍼스타 감은 아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에도 냉소적인 말이 많다.

그의 정규리그 쿼터백 레이팅(rating)은 73.9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1991년 덴버 브롱코스의 쿼터백 존 얼웨이(73.7) 이후 수퍼보울에 진출한 쿼터백 중 가장 낮은 정규리그 기록이다.

수퍼보울 상대팀 인디애나폴리스 콜츠의 쿼터백 페이튼 매닝은 101.1을 기록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플레이오프에서는 그로스먼의 기록(75.4)이 매닝(66.8)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그로스먼은 플레이오프에서 한 번 패스에 평균 6.65야드를 전진했다.

그로스먼은 프로에 와서 부침이 많았다. 데뷔 시즌인 2003년에는 후보 선수였다.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뒤에야 많은 시간 출전할 수 있었다. 들쭉날쭉한 그의 플레이는 신뢰를 주지 못했다. 2004년 사령탑에 오른 러비 스미스 감독이 그로스먼의 잠재력을 높이 사서 선발 출전 기회를 많이 줬으나 개막전부터 실책을 하며 "운이 좋아 대학 챔피언"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05~2006 시즌을 앞두고는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스미스 감독은 그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회를 줬고, 시즌 중반에 복귀한 그로스먼은 주전 쿼터백으로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로스먼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플로리다대 시절 빗속에서 멋진 경기를 치른 것이 내 인생 최고의 기억이지만, 이번에 그보다 더 멋진 기억을 남기겠다. 플로리다에서."

◆렉스 그로스먼은

- 1980년 8월 23일 인디애나 블루밍턴 태생

- 1m82cm, 98kg

- 플로리다대학 주전 쿼터백

- 2001년 '올해의 대학 선수'

- 2003년 드래프트 1라운드 22순위로 시카고 베어스 지명

◆쿼터백 레이팅은=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의 능력을 나타내는 지수. 쿼터백의 패스 성공률, 패싱 거리, 터치다운 횟수, 인터셉트 등을 합쳐 계산한다. 지금의 계산법은 NFL 명예의 전당에 오른 돈 스미스가 창안한 것으로, 최하점은 0, 최고점은 158.3이다. 2004년 NFL 평균은 82.8이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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