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지난해 GDP 성장률 5.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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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우리 경제가 당초 목표였던 5% 성장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2005년(4%)보다는 다소 나아졌지만 내용을 뜯어 보면 썩 좋지 않다. 경제의 덩치가 커진 것에 비해 체감경기는 따로 놀았고 분기별 성장률도 여전히 들쭉날쭉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부터 수출 증가세가 꺾인 것이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은 25일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8% 증가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5.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수출이 지난해 4분기에는 2년여 만에 처음으로 1% 감소해 먹구름을 드리웠다. 같은 기간 투자도 0.1%, 소비 역시 0.8% 증가에 그쳐 제자리를 맴돌았다.

수출이 뒷걸음질 친 것은 주력 수출품 가운데 반도체만 호조세를 이어 갔을 뿐, 석유화학.통신기기 등이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전 분기만 해도 수출은 2.9% 성장세를 보였다. 한은 이광준 경제통계국장은 "환율 하락에 발목이 잡혀 지난해 4분기 수출이 약세로 돌아섰다"며 세계 시장에서 우리와 경합 중인 일본 엔화 환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점을 우려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4분기 이래 이달 24일까지 30.88%나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수출 환경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원-엔 환율이 13%나 하락해 자동차를 비롯해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주요 수출품의 가격이 일제보다 비싼 경우가 흔해졌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환율과 함께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요인이 세계 경기"라며 "올해는 미국 경제가 가라앉고 주요국 경기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커 수출 둔화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수출을 주도하는 대기업의 설비 투자와 고용이 덩달아 쪼그라들게 된다. 부동산시장을 겨냥해 금융권이 돈줄을 죄고 있어 소비 심리까지 움츠러들 공산이 크다. 한은 이 국장은 "앞으로 체감경기가 호전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면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도 4.4%로 낮춰 잡았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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