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지정 잣대에 문제"|「문화재 지정과 교류」세미나 발제 논문서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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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 민족 정신적·예술적 활동의 결정체인 국가 지정문화재 지정과정이 전면 재검토, 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정분야의 문화재 지정 편중, 문화재위원의 장기집권, 지정문화재의 등급지정 및 지정순위 기준모호 등 문제점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한국 애서가 클럽이 28일 개최하는 「문화재 지정과 교류-이대로 좋은가」라는 세미나에서 발표될 발제 논문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발표된 논문들의 요지를 소개 한다.
◇반영환 문화재 전문위원(문화재정책의 새로운 방향)=80년대에 들어서면서 2년 임기의 5개 분과위원회 소속문화재위원으로 소장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로와 소장, 스승과 제자가 합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문화재지정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부작용이 초래됐다.
따라서 다양한 의견개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위원회가 특정 사안을 심의하기 전에 각 위원들이 서면으로 의견을 피력한 뒤 회의를 소집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이와 함께 미술사적 가치나 회귀성이 높은 문화재에만 지정이 편중된 것도 시정될 부분으로 지적된다.
즉 골동적 가치가 높고 가시적 형태를 갖춘 조형미술품인 불상·도자기·장신구 등에 비해 전적·판각·고문서·회화품 등이 지정에서 소외된 것이다.
지난해 지정된 42건의 국보·보물중 도자기와 불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전적은 5점에 불과한 것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안춘근 중앙대교수(전적 문화재 지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재위원회 전공분야별 형평유지와 위원의 임기만료 때 필수교체를 꼽을 수 있다.
즉 특정분야 전공자들이 위원회를 장기적으로 주도할 경우 지정문화재가 특정분야에 치중되는 편협한 지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향 때문에 정신사적 유물인 서화·전적류·고자료 등이 일본의 경우 전체문화재의 3할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우리 나라는 국보·보물을 합쳐 전체의 0.75%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사태가 생겨나고 있다.
특히 도서류는 골동가치보다는 내용이 지정에 더욱 큰 요인이 되어야하고 34년 일제가 지정한 문화재 지정을 아직 그대로 따르는 관행은 조속히 탈피해야할 부분이다.
지정문화재를 내용으로 분석할 때 연대에 치중해 특정분야에 집중됐고 지정문화재의 등급(국보·보물) 지정에도 많은 문제점이 노정돼 지정문화재의 전면적인 재 사정이 필요하다.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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