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내달 둘째주에 차기 6자회담 열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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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23일 "차기 6자회담이 늦어도 다음달 5일 시작하는 주에 열릴 것으로 본다"며 "2~3일 내에 날짜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방문을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 기자들과 만난 천 본부장은 "설 선물을 하나 드리겠다"며 차기 회담에서의 성과를 자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폐기) 초기 이행조치 합의 문제나 쌀.비료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의 대북 지원문제도 협의했으나 현재 단계에선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2~3일 내에 의장국인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협의해 결정한 뒤 발표할 것으로 본다"며 "대충 생각하고 있는 날짜는 있지만 확정이 안 돼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에 대해 북.미가 접점을 찾았느냐는 질문에는 "양측 다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또 "BDA 문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핵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북측도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또한 외교적 해결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BDA 문제 풀렸나=북핵 협상에 청신호가 켜진 데는 북한이 적극적인 태도로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BDA 문제가 결정적이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미 간의 베를린 회동에서 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BDA에 묶인 자금(약 2400만 달러)의 회수를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왔다. 이와 관련, 미국은 위조지폐 유통 문제와는 별개로 합법적 거래로 조성된 BDA 자금은 북한 측이 돌려받을 수 있는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6자회담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北京)의 창안쥐러부(長安俱樂部) 호텔에서 천 본부장과 만났다. 김 부상은 시종 밝은 표정이었다. 회동을 마친 뒤 그는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입장 선회를 시사한 함축적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다음은 호텔에서 나눈 김 부상과의 일문일답.

-힐 차관보와의 베를린 회동에서 BDA 문제에 진전이 있었나.

"앞으로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다."

-다음 6자회담에서 (핵 폐기) 초기 이행조치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나.

"그런 가능성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BDA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핵 폐기 협상에 응할 수 있나.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가 밝힌 것이 있기 때문에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 태도에 변화가 있었나.

"그렇다. 긍정적이었다."

일부에선 여전히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까지는 회담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서울=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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