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 알면서 발언 땐 국회의원 면책특권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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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한 발언이라도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고 있었다면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발언 내용이 허위임을 몰랐다면 다소 근거가 부족했다 해도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이호철(49)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을 상대로 "'썬앤문 95억원 제공설'에 내가 연루돼 있다는 허위 발언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허 의원이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자금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수사 촉구를 위해 진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발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따라서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면책특권의 범위와 관련, "발언 내용이 직무와 아무 관련이 없음이 분명하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등까지 면책특권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허 의원은 2003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썬앤문 그룹 김성래 전 부회장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 측에 이호철 비서관을 통해 95억원을 줬다'고 하는데 왜 조사 안 하느냐"고 발언한 바 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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