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코너] "79세에 늘 공부하는 할아버지 당당한 황혼의 열정 보기 좋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새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외가에 갔다. 외가엔 자식이 모두 분가해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만 사신다.

할아버지께선 예전에 공무원이셨는데, 명예퇴직한 뒤에도 늘 자기 계발에 힘쓰고 계시다. 79세의 고령에도 그동안 받은 각종 수료증만 30가지가 넘는다. 뒤늦게 그림을 배우신 할아버지는 재작년엔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1층 화랑에서 작품 전시회도 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국가 지원으로 미술 전시회를 여는 보람도 얻으셨다.

황혼의 연세에도 늘 무언가를 배우는 할아버지께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간단 명료했다. "지식은 쌓을수록 사람의 성품을 아름답게 가꿔 준단다. 게다가 내가 열심히 공부하면 너도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겠니?"

자신이 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누구보다 힘차고 당당해 보인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눈에선 언제나 빛이 나는 것 같다. 그리고 지식에 대한 끊임없는 열망은 고등학교 3학년으로 진급하는 나보다 힘차다.

할아버지를 보면 '나도 늙어서 저렇게 손자에게 당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께선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신다. 나는 할아버지를 통해 나이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노인분들도 할아버지와 같은 의지와 열정,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단지 이런 열정을 펼칠 기회가 적었을 뿐이다.

이제는 노인들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나서야 한다.

백승철 학생기자 (경기 고양외고2)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