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 면담에 마지막 기대/새 활로 모색하는 전민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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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출두권유 중재안에 강한 반발/최소한의 신변안전 보장요구
명동성당측이 대책회의에 통보한 명동성당 철수시한을 불과 하루 앞두고 전민련과 김기설씨 유서대필용의자 강기훈씨(27)가 김수환 추기경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나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민련의 이같은 움직임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최용록 신부)가 12일 강씨에게 자진출두를 권유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정평위의 중재안에 대한 반발의 표시로 볼 수있다.
전민련과 강씨는 정평위의 권유내용이 통고된 직후 당혹감과 함께 수용거부의사를 명백히 했고 대책회의차원에서도 이에대한 반발로 13일부터 간부 3명이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12일 오후 자신들이 정평위 진상조사소위에 참석,유서대필공방과 관련한 경위와 자신들의 결백성을 주장했고 소위측이 이를 긍정적이고 우호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며 소위의 자진출두권유를 날벼락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서준식 전민련인권위원장은 소위에 참석해 진술을 마친뒤 사태해결을 낙관적으로 전망했었다.
이들은 적어도 소위가 발족된 이상 사건전모를 충분히 파악하기 위한 진상조사가 진행된뒤 자신들의 희망대로 검찰수사에 대한 중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들은 그러나 소위가 두차례의 진술을 들은 것으로 진상조사를 마친뒤 곧바로 자진출두를 권유한 것은 신변보호를 사실상 포기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위원장은 13일 경갑실 명동성당수석보좌신부를 만나 정평위의 권유에 불만을 표시하고 추기경 면담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서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의 왜곡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법의 테두리내에서 강씨문제를 해결하라는 원론적인 권유는 납득할 수 없다』고 공식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경신부는 『정평위가 강씨의 인권보호를 위해 검찰에 공정수사를 촉구하고 변호인을 통한 조력을 약속한만큼 이를 존중해주기 바란다』며 추기경 면담요청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평위도 자신들의 권유를 무시한 추기경 면담요구에 반대키로 하고 이같은 뜻을 추기경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민련측이 추기경 면담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정평위가 강씨 문제에 성실한 자세로 접근하지 못했으므로 추기경을 만나 최소한의 신변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의도다.
이미 추기경앞으로 강씨 편지와 공문을 보냈던 전민련은 당초 입장에서 다소 후퇴,『강씨도 자진출두의사가 있고 시기선택을 두고 고민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결심이 설때까지만 신변보호를 해달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가톨릭 공식기구의 자진출두 권유라는 결정을 추인했던 김추기경이 정치적 부담이 뒤따르게 될 면담요구에 쉽게 응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전민련과 강씨는 추기경 면담이 이뤄질 경우 대폭적인 양보를 할 가능성도 비추고 있어 성사될 경우 문제해결의 결정적인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도 없지 않아 주목된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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