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원 통신교육용 교재 성차별 내용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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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여사원 통신교육용 교재내용이 바뀐다.
대한 YWCA연합회는 최근 각 기업체에서 중견 여사원들의 재교육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여사원 통신교육의 교재내용이 「남존여비」라는 성차별적 시각에서 기술된 것이 많은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10일 오후2시 회의실에서 「여사원 통신교육-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었다. 대한Y는 세미나를 통해 각 기업체의 여사원통신교육을 도맡고 있는 한국공업 표준협회·한국생산성본부·한국능률협회 등 관련기관에 성차별적 내용을 시정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한국공업표준협회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일부나마 교재 개편이 이루어지게 됐다.
여사원 통신교육이란 각 기업체들이 한국생산성본부 등 관련기관에 자사 여사원들의 재교육을 의뢰하여 우편을 통하여 교육하도록 하는 방식. 기업체가 자사 내 여사원들 가운데 교육대상자를 선별한 후 이들에게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교육과정을 선택하여 관련교육기관에 피교육생 명단과 해당교육과정을 첨부하여 신청하면 의뢰 받은 교육기관에서는 해당교육과정의 교재를 교육대상자들에게 우송하고 각 교재에 대한 리포트를 1개월 이내에 우편으로 제출토록 한 다음 이를 평가하여 교육생에게 전달해준다.
기업체 여직원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통신교육은 87년 한국생산성본부에서 국내 처음으로 시도함으로써 비롯됐는데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 비해 따로 일정시간을 배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강점 때문에 최근 급격한 붐을 이루고 있는 재교육 방식이다.
일례로 한국공업표준협회의 경우 89년 여사원 통신교육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피교육생은 단 두 명에 지나지 않았으나 작년에는 모두 7백64명이 교육을 받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사원 통신교육을 받은 여성들의 수는 관련 교육기관마다 비슷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한해동안 약 2천5백명 안팎의 여직원들이 재교육을 위한 통신교육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이동원 교수(이화여대·사회학)는 『여사원 통신교육교재로 쓰이고 있는 12권을 분석한 결과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 없이 「여성다움」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든지 여사원의 역할 자체를 비서로 국한시켜 보고 있는 등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기술되고 있어 요즘 직장여성들의 생활과 걸맞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3권으로 이루어진 한국공업표준협회의 『여사원능력개발 과정』에는 여성의 업무가 윗사람의 식사예약까지 맡아야 하는 것으로 기술돼 있다는 것.
『우리는 직장여성입니다』 등 한국생산성본부의 교재들은 손톱의 길이, 옷의 색상이나 소재 등 몸차림의 체크포인트를 제시하고 이를 따르도록 지시함으로써 개인취향을 무시하고 있으며, 다과를 내는 요령 등에 중점을 둠으로써 여사원의 역할을 비서에 한정시키고 있다는 것.
한국능률협회의 『여사원 자질향상 코스』 등도 「모자라는 것 같으면서 내실은 똘똘」하거나 「멍한 것 같으면서 야무진」여성을 이상적이라고 제시하고 있으며, 여성은 소극적이고 성공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
대한Y는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공업표준협회 김재룡 통신교육부장으로부터 『교재를 재검토하여 우리실정에 맞게 개편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내고 이날 불참한 한국생산성본부·한국능률협회에도 내용시정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발송키로 했다. <홍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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