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카페]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우리 동네에도 있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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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도 컴퓨터 게임 때문에 난리야. 종일 오락하다가 머리를 식힌다면서 독서를 해. 그런데 애가 책 읽는 걸 좋아해도 문제더라고. 나 혼자 버는데 어디 책값을 당해낼 수 있어야지."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한 선배가 투덜대더군요. 전형적인 '고슴도치' 아빠죠? 어디 이게 신세 한탄이냐고요, 자식 자랑이지…. ^ ^

그런데 책값은 정말 장난이 아닐 겁니다. 세계 각국의 좋은 단행본이 앞 다퉈 소개되고 있는데, 이왕이면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게 부모의 욕심일 테니까요.

이럴 때 집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를 데려가는 것 자체가 훌륭한 문화교육이 될 텐데 말입니다. 서울 사직동과 중계동의 어린이 전문 도서관을 제외하곤 어린이 열람실이 제대로 갖춰진 공립도서관이 드뭅니다. 게다가 대부분 교통이 불편해 찾아가는 것 자체가 일이죠.

지난 10일 전남 순천에 모습을 드러낸 '기적의 도서관'은 그런 점에서 꿈 같은 곳이더군요. 시민단체인 '책읽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과 MBC-TV의 오락프로그램 '!느낌표'가 지난 1월부터 추진해온 사업의 첫 결실이죠.

아파트 밀집 지역의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자리잡은 건물이 그림 같았어요. 햇살이 스며드는 유리벽이 시야를 탁 트이게 하고, 아이들은 곳곳에 놓인 소파와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점자 그림책 코너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장애인용 책상도 있어요. 책을 읽다 지루하면 실컷 떠들거나 뛰놀다 올 수 있는 방과 영아를 위한 '아그들'방.'코~하는 방'도 있습니다.<인터넷 중앙일보 기자포럼의 '고슴도치 카페' 참조>

사실 지역 문화센터나 동사무소의 빈 공간 등을 활용하면 시민들이 가깝게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도서관이 더 많이 생길 수 있어요.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순천 기적의 도서관도 지금부터가 시작인 셈입니다.

내년엔 총선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있습니다. 후보들이 도서관 건립 같은 걸 공약으로 내걸도록 우리 고슴도치들이 힘을 뭉쳐보면 어떨까요.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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