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라의KISSABOOK] 피노키오 몸값은 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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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저학년 아이들은 스펀지 같다. 엄마의 말이 쉽게 먹힌다. 시행착오의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찬찬히 지도하면 얼마든지 책이랑 친해질 수 있다. 문제는 책과 담을 쌓은 채 덜컥 고학년이 돼버린 아이들이다.

초조해진 엄마들은 '권장도서''필독도서' 리스트를 들이밀며 완력으로 맞선다. "그렇게 놀다간 대학 못 간다"는 성급한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역효과는 불 보듯 뻔하다. 여태까지 흘려보낸 금쪽같은 시간이 아깝다고 단번에 넘실거리는 강을 건널 순 없다. 마음이 급할수록 필독서나 권장도서 목록은 잠시 잊자.

우선 중요한 건 활자에 대한 거부반응을 없애는 일이다. '읽는 즐거움'을 깨우치는 일이다. 그 기초 없이 논술을 기대할 수 없다. 읽는 게 즐거우려면 자기가 관심을 가진 분야라야 한다. 게임.스포츠.연예인.이성친구…. 아이들의 관심사는 종횡무진 수시로 바뀌어서 종잡을 수 없다. 그렇다면 모든 아이에게 공통적인 관심사는 무엇일까?

용돈! 그렇다. 용돈이 넘쳐나서 성가시다는 아이는 본 적이 없다. 주제가 주제니만큼 아이들은 지겨운 책을 읽고 있다는 자각 없이 즐거운 몰입이 가능하고, 동시에 경제교육까지 겸하게 된다.

돈, 가르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는 게 힘일까 모르는 게 약일까. 몇 살 때가 경제교육의 적기일까. 고민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이타비사시의 '아이들의 못 말리는 서커스'(을파소)를 권한다. '독서지도'와 '경제교육'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낚는 200%의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대해 볼 만하다.

굉장한 경제이론이 나와 있는 건 아니다. 서커스를 좋아하는 아이들 여섯 명이 모여 자기들만의 서커스를 준비할 뿐이다. 그런데 그 서커스가 보통 서커스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세상 보는 눈을 길러주고 경제관념을 심어준다. 서커스를 구경할 때는 재미있었지만 막상 자기들이 무대를 꾸미려니 준비해야 할 일이 태산. 무엇보다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다. 난관에 부딪힌 주인공들은 과연 어떻게 부족한 돈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적인 서커스 무대를 꾸몄을까.

머릿속에 경제원리의 윤곽을 선명하게 그려주는 장수하늘소의 '피노키오의 몸값은 얼마일까요?'(아이세움)와 정갑영의 '만화로 배우는 경제'(영진미디어)를 곁들이면 열두 살에 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

대상 연령은 빤질빤질 책은 안 읽으면서 용돈에 불만 가득한 12세 이상의 어린이와 책 읽을 때마다 용돈 찔러주는 편법을 반복하다가 효과도 못 보고 체면 망가진 엄마들.

임사라<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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