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줄어든 반기업 정서, 기업들 어깨 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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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전염병처럼 번진 반(反)기업 정서가 줄고 있다는 소식이다. 기업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해소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호감지수가 100점 만점에 50.2점으로 집계됐다. 2003년의 첫 조사 때보다 12점이 높아졌다. 여전히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조사 이후 처음으로 50점을 넘어서며 부정적 인식보다 긍정적 인식이 많아진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기업활동의 목표가 '이윤 창출'이라는 응답도 첫 조사 때의 53.5%에서 57.3%로 높아졌다.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의지해야 하는 주체는 기업'이라는 응답은 76.1%에 달했다.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가 늘고, 나라도 산다는 사실을 국민이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부 들어 빈곤층이 늘고, 일자리가 줄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상대적으로 기업에 대한 기대감을 늘린 것 같다. 실제로 국민이 기업에 요구하는 최우선 과제도 '고용 확대'였다.

정부가 할 일은 분명해졌다. 일자리 해결은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노사안정과 규제완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업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이나 편 가르기에 매달려서는 희망이 없다. 최고경영자(CEO)의 82%가 기업가정신이 위축됐다고 할 정도로 기업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다. 국민도 기업의 변화된 모습을 제대로 평가하고 격려해줄 필요가 있다. 그게 정부와 국민, 기업이 모두 사는 길이다.

반기업 정서가 퍼진 데에는 기업의 잘못 또한 적지 않았다. 분식회계, 비윤리적 경영 등 과거의 어두웠던 행태에서 탈피하기를 바란다.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그릇된 관행이나 고리는 끊어야 한다. 국민이 기업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라도 열정.도전.혁신.창의의 기업가정신으로 재무장하고, 국민을 선진국으로 이끄는 것이 기업의 역사적 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