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생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나비!
보행기에 앉아 있는 아이의 손짓을 따라가 보니
나비가 단풍나무 잎처럼 팔락거리며 쥐똥나무 울타리를 넘어오고 있었다

생일!
나비의 날갯짓이 메아리가 되어 나의 생일을 실어다주었다
나의 시간들이
그치지 않는 빗소리처럼 들려왔다

나는 나비의 날갯짓에 밥 먹는 시간을 얹어보았다
나의 밥 먹는 양이며
나의 밥 먹는 속도며
나의 밥 먹는 행동반경이며
나의 밥 먹는 관점이며
나의 밥 먹는 절박함도 얹어보았다

쥐들처럼 사각사각 세상을 갉으며 다가오는 나비

그 날개를 타고 나의 생일이 숟가락을 들고 오고 있었다


우리의 노래를 몰아가는 건 첫 울음의 파문인지도 모릅니다. 질풍노도의 격정을 몰아가는 건 네 살 봄 아장아장 따라갔던 나비의 날갯짓인지도 모릅니다. 바람 빠지는 세월을 몰아가는 건 첫 숟가락에 담았던 허공의 바람인지도 모릅니다. 밥을 먹을 때마다 숟가락에 묻어온 바람이 나비라면, 나비의 날갯짓이라면, 저 입술에서부터 접혔다 펼쳤다 날아오르는 나비떼들! 생일을 거듭할수록 무궁하고 무진한 저 숟가락질의 토네이도!

<정끝별·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