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시의 눈물/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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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일 워싱턴에서는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 요인과 시민 등 80여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2차대전 종전이후 최대규모의 승전축하집회인 걸프전 참전 미군 귀국환영대회가 열렸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거행된 3백76명의 전사자에 대한 추모식에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채 거의 우는 목소리로 『개인보다 더 큰 원칙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저버린 사람들』을 칭송했다.
「걸프전의 영웅」 슈워츠코프 장군과 장병 8천8백여명이 일부는 도보로,일부는 장갑차를 타고 백악관앞길 등 4㎞의 시내를 행진할때 군중들은 남녀노소 할 것없이 열광적인 박수로 이들의 귀환을 축하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6일 부시 대통령은 남부 아틀랜타시의 한 침례교회 모임에서 연설하면서 바그다드 공습을 결정했을때 미 장병이 죽어갈 것을 생각하면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 놓았다.
부시는 걸프전 당시 전쟁터에 나가 있는 병사들을 『내 자식들』(My Kids)이라는 애칭으로 자주 불렀다.
아마 병사들에 대해 부모와 같은 자신의 심정을 표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부시의 이런 모습을 놓고 「정치인의 쇼」라고 매도하거나 『이라크 병사들의 생명은 목숨이 아니냐』는 힐난도 있을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젊은이들의 잇따른 분신,대학생들이 총리에게 가했던 행동에 관한 소식들을 접하며 우리 정치지도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무슨 사건만 나면 『이것이 통치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득표에 도움이 되느냐』,『대권구도에 유리하냐』 여부만을 따진다.
분신하는 젊은이들이 바로 「내 자식」이라는 생각이 조금만 있어도 사태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며 스승을 폭행하는 「패륜아」들이 「내 아들」이었다는 자책감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정치인이 있었다면 그래도 우리나라는 희망이 있다.
우리도 지금까지 너무 강퍅한 정치인들만을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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