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막혀 배 떠난 뒤 항구도착 한 두번 아니죠|트레일러 운전기사 이종익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고속도로달리기가 점점 어려워져 요즈음은 짜증날 때가 하루에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경기 의왕시에 있는(주)한진 서울운송지점에 근무하는 운전기사 이종익씨(51)는 갈수록 심해지는 교통체증과 때만 되면 반복되는 과적차량단속으로 오후8시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피로로 온 몸이 후줄근해진다.
이씨가 모는 차는 그렇지 않아도 도로운송수단 중 덩치가 가장 큰 컨테이너 트레일러다.
무게40t, 길이17m, 바퀴11개인 육중한 트레일러를 끌고 만원인 고속도로를 누비다 보면 앞뒤좌우 살피느라 초긴장의 연속이다. 게다가 요즘은 예전 같지 않게 길이 콱콱 막히고 중량, 높이초과로 딱지떼는 일이 잦아『도저히 못해 먹겠다』는 말이 하루에도 여러 번 나온다는 것이다.『도로파손과 통행위엄을 막자는 단속취지야 누가 반대합니까. 정상적 방법으로는 할당된 화물량을 제시간 안에 도저히 나를 수 없게 도로사정을 만들어 놓고 무턱대고 단속만 강화하면 어쩌란 말입니까.』
단속에 쫓겨 수출용컨테이너를 싣고 이리저리 국도를 따라 간신히 항구까지 가도 이미「배 떠나간 뒤」여서 허탈해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이씨의 푸념이다.
2년 전부터 경기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이씨는 경인고속도로의 경우 당시 서울∼인천간 왕복2시간도 .안 걸리던 것이 요즘은 5∼6시간이 보통이어서 하루 두 번 왕복하면 일이 끝나버린다고 걱정했다.
74년 E한진에 입사, 17년 동안 줄곧 트레일러만 몰아 온 이씨는 이 방면에서 회사는 물론 업계 최고참에 속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나름대로「컨테이너 배달부」로서 애착과 긍지 같은 것을 갖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수출입컨테이너화물만은 제때에 날라주어야 합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여기서 신용을 잃으면 곤란하지요.』
그는 도로조건이야말로 트레일러 운전기사들의 근로조건이라면서 전국방방곡곡에 넓은 길이 거미줄처럼 뚫려 휘파람불며 트레일러를 몰수 있는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글 홍승일 기자 사진 김주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