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리 복수취항 또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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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서울-파리 노선의 복수 취항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23일부터 열리는 한-프랑스 항공회담을 앞두고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논리를 펴고 있다.

쟁점은 프랑스 정부가 파리 노선 복수취항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유럽연합(EU) 지정항공사 조항'(EU Community Clause). 항공협정의 당사자가 아닌 EU 내 27개 항공사에도 서울-파리 노선 취항권을 주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파리 노선 복수화를 위해 양국 항공회담에서 이 조항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 대한항공"EU 조항은 안돼"=현재 파리 노선을 독점 운항하는 대한항공의 이종희 사장은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복수 노선 도입을 위해 'EU 조항'을 수용하는 건 국익을 해치는 근시안적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은 두 항공사 밖에는 운수권이 없지만, EU는 27개 항공사가 운수권을 갖게 돼 불평등하다는 논리다. 또 '한국에 취항하는 외국항공사는 그 나라 또는 국민이 소유해야 한다'고 규정한 현행 항공법에도 위반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의 파리 취항을 막자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나라 항공산업 전체에 손실을 끼치기 때문에 이 조항의 도입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서울-파리 여행객 증가 추세로 볼 때 1~2년만 있으면 '40만명이 넘을 경우 복수 노선을 허용한다'는 조건이 충족되는데, 정부가 왜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아시아나"복수 취항 서둘러야"=아시아나항공은 이날 반박자료에서 "대한항공이 복수 노선 도입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지자 'EU 조항' 문제를 들고 나와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과거 아시아나의 주력 시장인 중국에 대해 항공자유화를 주장했던 것과는 모순된 입장이라는 것이다.

아시아나는 EU 조항을 수용해 복수 항공사의 취항을 허용한다 해도 어차피 양국을 오가는 비행기 편수는 같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시장 경쟁과 국적항공사의 경쟁력 강화를 촉진해 한국인이 대다수인 소비자들의 편익과 국익을 증진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법적으로도 이번 EU 조항은 특정 사안에 대한 국가간 협정이므로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문제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 등 공리를 위해서는 한국-프랑스 항공협정을 하루 빨리 개정해 복수 취항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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