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정치 조직 변질 조합원 집단 최면 걸어 명분 없는 파업 내몰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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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뿌려진 유인물의 내용이다. 노사 간의 신뢰 회복 등 새로운 노동운동을 지향하는 현대차 신노동연합회(신노련)가 제작한 것이다. 이 모임엔 130여 명의 노조원이 소속해 있다. 이들은 노조 집행부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신노련 서중석 회장은 "노조가 정치 조직으로 변질돼 파업을 원하지 않는 조합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조합원들이 할 말은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병태 정책국장도 "집행부는 위원장 선거 등에서 자신들의 계파를 유지하기 위해 조합원들을 집단 최면 상태에 빠뜨려 명분이 약한 불법 파업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노조의 파업이 범노동계와 범자본의 대리전으로 변해 정작 노조원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노련 소속 김진호(주행시험담당)씨는"집행부의 정치적 판단이 4만3000명 전체 조합원의 의견인 것처럼 포장돼 노사 관계 회복의 걸림돌이 됐다"고 말했다. 울산공장 엔진2부에서 일하는 장순동씨는 "20여 년 전 노조가 생길 때 우리는 '두발 자유화'를 요구했었다"며 "지금 노조는 순수했던 초심을 잃고 어느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권력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노사는 물론 노노 간에 심각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고 토로했다. 노조 집행부에 반대하는 의견은 '보수' '어용' '변절'이라는 말로 매도된다는 것. 김창기(변속기조립 담당)씨는 "지금이라도 서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행동을 멈추고 회사의 파이를 키워 노사가 나눠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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