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꾼 김일성」 주민설득 진땀/유엔가입 발표 북한동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혁명필승” 김정일연설 14회 반복 방송
남한과의 유엔 동시가입이라는 정책을 선택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대외개방의 신호를 울린 북한이 이런 변화를 북한주민들에게 설득시키느라 대내홍보에 온힘을 쏟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이 유엔가입으로 돌아선 것은 북한사회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김일성주석의 방침이 처음으로 번복되는 사태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국교수립추진도 내면적으로는 「번복」이라고 볼 수 있으나 「일본과 수교를 하지 않겠다」고는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주석이 『유엔은 단일의석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천명했다가 1년여만에 말을 뒤집은 것이다.
따라서 북한당국은 이번 정책선회로 조성될지도 모르는 내부적인 의구심을 씻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취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집중적인 홍보교육이다.
유엔가입을 결정한 북한 외교부 성명이 발표되기 하루전인 27일 북한의 전 방송매체들은 「인민대중이 중심이 된 우리식 사회주의는 필승불패」라는 제목으로 김정일이 5일 당중앙위 간부들에게 행한 연설을 일곱번이나 되풀이했다.
이 연설이 1시간25분짜리이므로 이날 하룻동안 무려 10시간 가까이 방송한 셈이다.
이는 다음날에 있을 외교부 성명에 앞서 주민들에게 사전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의도라고 쉽게 이해될 수 있다.
북한방송은 이어 28일에는 김의 연설과 외교부성명을 각각 다섯번씩,29일에는 각각 두번씩 보도했다. 마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의식주입과 비슷하다.
이런 점에서 볼때 북한이 이번 유엔가입과 관련해 얼마나 곤혹스럽에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즉 김주석의 말이 바뀌었으므로 우선적으로 시급한 것은 대주민 설득작업이라고 북한당국은 판단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와 관련,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같은 집중적인 대주민 설득작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그러면서 북한당국은 유엔무대를 활용한 대남·대미·대일 정책들에 대해 조율단계를 거쳐 여러가지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일단 내부시각 정돈이 되면 오히려 공세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공세의 일환으로 군사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자며 고위급회담 개최를 제의하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동안 고위급회담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던 유엔가입문제가 해결됐으니 이제는 군축등 군사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자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일단 유엔에 들어갈때까지가 문제이지 일단 가입만하면 유엔무대를 오히려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측은 「무력불사용등 유엔헌장을 준수하겠다는 마당에 남한에 핵무기가 왜 필요하냐」고 유엔연설을 통해 문제제기를 시도할 수도 있고 핵사찰 수용문제에 대해선 중·소로 하여금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보증을 취하도록 요구하는 우회전략을 쓸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해 볼때 북한은 6월은 대주민 설득작업등 내부정리에,7,8월은 유엔가입에 따른 이점 등을 주지시킬 것으로 보인다.<안희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