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꿈의 공간' 창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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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해변 호텔, 베트남의 30층짜리 주상복합건물, 러시아의 대규모 아파트단지…. 해외에서 진행중인 이들 대형 프로젝트는 외국의 유명 건축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의 자본력으로 설계되는 것도 아니다. 해외시장 진출을 꿈꾸는 송파지역 18명 건축사들이 모여 만든 ㈜MC 설계공단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세계 유명 건축가들을 제치고 '꿈의 공간'을 디자인해 나가고 있다.

이들이 의기투합한 것은 지난해 6월.

2005년 초 중국 상해시 건축·설계회사인 현대설계집단의 초청을 받아 송파건축사회 회원 40여 명이 중국에 갔다. 현대설계집단은 100여 명의 건축사가 모여 설립한 회사다. 송파건축사회 회원들은 좌담회 때 현대설계집단이 상해시 건축물의 40%를 수주한다는 말을 듣게 됐다. 현대설계집단 대표 건축사는"지혜를 모으니 아이디어가 배가되고, 손을 합치니 돈이 보인다"라고 말했다.

송파 건축사들은 이 말을 듣고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건축사 사무실은 우물안 개구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서울에 오자마자 몇몇 회원이 중심이 돼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군집을 통한 상생'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본격적인 해외진출 계획을 추진했다.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이 늘어났고 모두 18명이 모였다. 1년 동안의 준비 끝에 지난해 ㈜MC설계공단이 탄생했다. 회사를 차린 지 1개월. 베트남 호치민시에 30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과 중국 태주의 호텔 건축권을 수주했다.

유종옥 대표 건축사(55)는"지난해 말에는 아프리카 가나의 수도 아크라 해변에 25만 평 규모의 60억 원짜리 복합개발시설단지 건축권을 따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해외 4곳의 건축·설계권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가나 시설단지의 경우 미국 메리어트호텔을 설계한 건축업체와 치열한 경쟁 끝에 따내 그 의미는 더욱 컸다.

국내 수주도 줄을 이었다. 지난해 27만 평 규모의 충주 돈산온천 개발 설계권을 따낸 데 이어 새해 들자마자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60억 원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건축 계약을 했다. 국내에는 모두 15곳의 설계권을 수주했다. 회사 설립 6개월 만에 200억 원이 넘는 설계수주권을 따낸 ㈜MC설계공단의 강력한 무기는 '살아있는 정보'다. 이들은 수시로 만나 토론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한 소방과 지구단위계획 담당, 기계.설비 담당 등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한 건물에 상주하면서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 대표는 "소문이 나면서 건축상담을 하려는 고객들이 직접 회사를 찾아오고 있다. 해외에서도 이메일 등을 통해 설계를 의뢰하는 건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5개월 후 설립 1주년을 맞는 이 회사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사회 불안으로 미국·유럽 기업의 진출이 뜸한 아프리카에서 건축계의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싶은 것이다.

아프리카를 보면 1980년대 중동의 느낌이 난다고 한다. 한국 건설업계가 중동에 진출해 현지인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었듯 아프리카에도 멋진 건축물을 세우는 게 목표다. 유 대표는 "아프리카 현지인들이 활짝 웃을 수 있도록 현지에 최고의 삶의 터전을 만들고 싶다"며 "전문 지식과 인력을 무기로 시공분야에도 뛰어들고 싶다"고 말했다.

㈜MC설계공단 회원들은 오늘도 세계의 더 많은 사람에게 아늑하고 멋진 터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설계도면과 씨름하고 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사진=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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