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데이트"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영화사 황기성사단과 성일시네마트. 창사이래 고집스레 한국영화만을 제작하는 영화사다. 바꿔 말하면 돈벌이가 된다는 외화수입을 애써 외면하는 밉지 않은 영화사다.
황기성사단의 대표 황기성씨는 영화기획 전문가로 30년을 영화계에서 보냈다.
성일시네마트의 대표 신성일씨는 세상이 다 아는 스타로 일세를 풍미했다.
영화감독 박철수와 정지영.
40중반에 들어선 두 사람은 충무로의 젊은 감독들을 이끌며「영화운동」에 앞장서는 대표적 중견 감독이다.
박 감독은 지난해『물위를 걷는 여자』를 히트시켰고 정 감독은『남부군』으로 그의 존재를 확인시켰다.
두 사람은 80년대초 MBC-TV의『베스트셀러극장』PD로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주말인 25일 황기성사단은 박 감독의『서울에비타』를 명보극장에 걸고, 성일시네마트는 정 감독의『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를 국도극장에서 개봉한다.
결코 풍족하달 수 없는 국내영화시장에서, 더구나 한국영화를 애써 낮춰보려는 편견이 있는 현실 속에서 한국영화 제작만을 고집하는 두 영화사끼리의, 또 친구간인 두 감독의 맞대결을 지켜보는 영화인들의 시선은 못내 안타깝다.
그러나 영화흥행이 스포츠경기처럼 어느 한쪽이 꼭 지게 돼있는 것은 아니어서 충무로는 양쪽 다 이기기를 바라고 있다.
알려진대로『서울에비타』는 80년대 암울했던 시대를 뚫고 빛나는 사랑을 했던 남녀의 순애 실화며,『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는 고은씨 원작으로 젊은 두 남녀 스님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불교소재 영화다.<이헌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