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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자살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몸에 붙은 불 끄려는데 젊은이가 제지/체스먼기자 「30대여인 분신」현장 취재기
홍콩의 유력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22일 서울에서 브루스 체스먼 기자가 목격한 한 분신자살사건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
체스먼기자는 분신현장에서 불길에 싸인 분신여인을 구하기 위해 불을 끄려했으나 누군가가 자기를 제지했다고 말하고 시위현장에서 희생자를 살리려는 노력이 없었던 점에 충격을 표시했다. 그는 또 이같은 비극이 끝나지 않고 있는데 한국의 대학생과 언론·경찰 그리고 정부당국이 어떻게 한몫씩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같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일부 요약이다.
검은 연기가 서울의 연세대앞 철길아래서 솟아오르자 지난달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한 대학생의 장례행사에 참석하고 있던 군중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나는 사람들을 비집고 앞쪽으로 나아갔다. 나는 한국사진기자 일행들도 제치고 맨 앞쪽 분신자살자 여인의 바로 앞에 서게됐다.
그녀의 옷은 이미 타버렸고 얼굴은 일그러진채 두팔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화염에 싸여있었고 피부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사진기자들은 셔터만 눌러대고 있었고 아무도 그녀를 구하려하지 않았다.
나는 나의 셔츠를 벗어 들고 상의를 벗어든 또 한사람의 한국인과 함께 그 불을 끄려고 했다. 그때 어떤 사람(대학생으로 생각된다)이 나를 끌어내기 위해 뒤에서 잡아챘다.
나는 일단 몸이 풀리자 다시 파고들어가면서 의사를 데려오라고 소리쳤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홍콩=전택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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