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지상파·거대사업자 채널 수 제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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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입법 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상파 계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거대사업자(MSP)의 채널 수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취지는 케이블 TV 시장의 독과점을 막고 시장을 균형있게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이해 당사자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상파 계열 PP와 MSP는 개정안의 규제가 "시청자의 볼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라며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히려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채널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개별 PP들은 내심 반색하는 눈치다.

하지만 방송협회와 케이블TV협회가 이 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방송위가 입법예고안과 달리 실효성 없는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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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MSP가 장악=케이블TV 시장의 시청 점유율과 순이익 수치를 살펴보면 지상파 계열 PP와 MSP의 영향력은 뚜렷이 드러난다.

시청률 조사업체인 TNS미디어코리아의 자료에 따르면 2006년 KBS.MBC.SBS 계열 PP와 온미디어와 CJ미디어 등 MSP의 시청 점유율 합계는 73.4%에 달했다. 10개 남짓에 불과한 지상파 계열 PP의 시청 점유율은 33.1%나 됐다. MSP인 온미디어(투니버스와 OCN 등)와 CJ미디어(채널CGV와 tvN 등)의 시청 점유율도 각각 24.3%와 16.1%로 집계됐다. 채널별로 살펴봐도 재능방송과 YTN 등을 제외하고는 지상파 계열 PP와 MSP의 채널이 10위권을 독식했다.

시청 점유율은 수익으로 이어져 2005년 지상파 계열 PP는 497억원의 순수익을 올렸다. 이는 110여 개의 PP가 낸 전체 수익(605억원)의 82.2%에 해당한다. 본사 드라마 등을 주로 재방송하는 MBC드라마넷은 176억원, SBS드라마플러스는 143억원의 순수익을 냈다.

◆어떻게 바뀌나=채널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자 방송위원회는 개정안에 지상파 계열 PP와 MSP의 채널 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여러 개의 채널을 묶어서 제공하는 상품(티어)별로 전체 채널 수에서 지상파 계열 PP의 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15%를 넘지 않도록 했다. MSP에 대한 규제도 강화돼 SO 사이에 특수관계자 PP를 교차 편성할 수 있는 채널 수는 전체의 25% 이하로 정해졌다.

이렇게 되면 온미디어.CJ미디어 등의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주요 MSP 채널과 지상파 계열 PP의 상당수가 빠진다.

실제로 C&M경기방송에서 매달 6000원을 내고 38개 채널을 볼 수 있는 보급형의 경우 현재 17개의 MSP 채널이 전파를 타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MSP 채널 9개만 볼 수 있다. 25%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KBS.MBC.SBS 계열 PP 채널도 5개밖에 편성할 수밖에 없다. 가장 비싼 상품(채널수 71개)의 경우에도 6~7개의 MSP 채널이 편성에서 제외된다.

◆"시청권 막는 것"=케이블TV협회와 방송협회는 "시청자의 볼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라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케이블TV 협회는 MSP의 특수관계자 교차 편성 비율을 40%로, 방송협회는 지상파 계열 PP의 편성 비율을 25%로 느슨하게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케이블TV협회는 "현재 판매되는 상품별로 지상파 계열 PP의 편성 비율을 확인한 결과 전체 채널의 15%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시행령 때문에 지상파 계열 PP가 피해를 본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채널 수 규제는 SO가 채널 수가 많은 비싼 상품으로 인기 채널을 옮기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협회는 "채널 수가 많은 비싼 상품의 경우 제한 규정을 맞추더라도 지상파 계열 PP나 인기 MSP 채널을 더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체 제작 비율을 늘려가는 MSP의 채널수가 제한되면서 콘텐트의 질이 떨어지는 채널 등이 전파를 타게 돼 케이블TV가 하향평준화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타 PP들 "숨통 트일 것"=하지만 개별 PP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개정안으로 다른 채널이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넓어져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PP 관계자는 "MSP 등이 몸집을 키우면서 특수관계자 PP를 주로 편성하게 되고, 채널을 잡기 어려워지면서 개별PP는 SO와의 관계에서 약자가 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별 PP 관계자도 "SO와 PP의 불공정 거래가 심한 만큼 법적으로 규제해줬으면 좋겠다"며 "개정안 확정 과정에서 지상파 계열 PP나 MSP의 입김으로 규제가 완화될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PP.SO.MSP=케이블TV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업자가 케이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다. 투니버스나 채널CGV 등이 PP다. 케이블TV사업자(SO)는 PP의 프로그램을 전송하는 지역방송국으로 케이블TV를 시청하려면 여기에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MSP는 다수의 PP와 SO를 가진 거대사업자로 SO와 PP를 모두 가진 온미디어와 CJ미디어 등이 해당된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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