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교사의 시국선언-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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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국 중·고교 교사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집단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강경대군 치사사건이후 연이은 분신자살과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의 이러한 집단행동은 이를 지켜보는 교육계 및 학부모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교사들이라 하여 어지러운 시국에 대한 우려의 마음을 표시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교사들은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교육자들인 만큼 가급적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자제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장기에 있는 중·고교 학생들에게 미치는 교사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며 학생들은 지식과 인격형성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모방하고 배운다.
이러한 어린학생들에게 정치적인 시국문제에 대해 교사들이 집단서명 하는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자칫 현 시국에 대해 학생들이 부정적 시각을 가졌을 때 아직 이성적 판단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라고 해서 어떤 불행한 행동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이며, 또 그렇게 되었을때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교사들은 학생들을 더욱 올바로 지도하고 바른길로 인도하여 혼란을 막는데 힘써야 한다. 그것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본분이며 국가의 다음세대를 키우는 교육자의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시 한번 교사들에게 당부하건대 부디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만은 교사들은 의연한 그들 본연의 자세를 취해주기 바라며 후세들을 올바로 가르치는 일이 곧 어지러운 시국을 타개하는 길임을 명심해주길 바란다. 【이우원<서울 강남구 역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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